막내가 하교 후 집에 와서 오후 4시 반쯤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침엔 햄에 싼 밥 두 개와 김치볶음을 먹었고, 점심은 학교에서 해결했을 것이다.
저녁은 애매한 시간이어서, 병원에 다녀오면 더는 안 먹을 거라 생각했다. 요즘엔 식사량이 줄어 하루 두 끼만 먹어도 잘 먹은 편이기 때문이다.
8시쯤, 큰딸과 김치볶음밥을 먹고 빈 그릇을 치우려는데 막내가 거실로 들어왔다.
“김치볶음밥 먹어.”
나는 형식적으로 말했다.
“안 먹어!”
막내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 번 더 권했지만, 말 시키지 말고 나가라고 했다. 조금 서운했지만 딸의 방에서 나와 식탁 위 김치볶음밥을 바라봤다. 혹시라도 막내가 나중에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두었다. 딸은 튕기는 버릇도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한 시간쯤 지나 막내가 거실로 나와 식탁의자에 앉았다.
막내는 김치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안에 든 계란프라이도 먹어. 하루에 한 개 이상 먹으면 좋대.”
“싫어. 강요하지 말랬지. 난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게 싫어!”
엄마라서 그런가, 그 순간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도, 내가 친정에 가면 엄마는 싫다는데도 이것저것 챙겨 먹으라고 하셨다.
이제야 그 마음이 이해된다. 그때는 몰랐던 사랑이, 딸의 말투 속에서 문득 내 모습과 겹쳐지며 떠올랐다.
"싫다는데도!"
그땐 잔소리처럼 들리던 엄마의 말이 사실은 나를 향한 깊은 사랑이었다는 걸,
그리고 지금 내가 딸에게 하고 있는 말이 바로 그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그를 위해 애써 말하고 또 빌게 되는 마음 —
그것이 바로 엄마의 마음이었음을.
밥을 잘 먹어야 면역력이 좋아져서 자주 아프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것이라도 하면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있을 거라는 엄마의 믿음 말이다.
딸은 계란프라이는 손도 대지 않았지만, 김치볶음밥 속에 담긴 사랑을 먹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제 가슴속에 단단히 채워져, 딸이 언젠가 먼 훗날 따뜻하게 꺼내보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