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
맞다, 연근이는 그랬다.
내 애장, 전기방석을 차지하고 말았다.
닭을 삶아 주어도 본체만체,
감자를 삶아주어도, 밥알을 조금 주어도 그랬다.
그랬던 연근이가 "에낙" 과자에 빠졌다. 막내가 라면과 마라탕을 좋아하는 것처럼 라면과자에 환장했다.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막내가 좋아해서 박스로 이 과자를 샀는데, 맛을 알고 안 하던 행동을 했다. 막내가 몇 개 꺼내 먹었던 박스를 뜯어 과자 부스러기를 찾았다.
연근이는 혼나기 전에 잽싸게 과자 부스러기를 입 안에 넣고 와그작 씹더니, 다시 박스를 뜯는다.
헐, 얌전한 고양이는 없나 보다.
그동안 알레르기 때문에 사료와 물만 먹이고 있었고 수의사선생님은 평생 츄르를 못 먹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연근이가 막내가 먹다 흘린 부스러기를 가끔 먹고 있었다니....
"막내야, 앞으로 과자 먹고 바로 치워! 봉지도 그렇지만 부스러기도!"
"알겠어, 치울게."
모처럼 막내가 꼬리를 내렸다.
'맹맹한 냄새는 안 좋아도 역시 라면 냄새처럼 자극적인 냄새를 연근이도 참을 수 없지.'
우리 집에 가족이 돼서 아마 밥 냄새보다 막내가 먹은 온갖 라면 냄새를 더 맡았을 거다.
저도 참지 못했을 거다.
얌전하고 퍽 교양 있는 고양이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에낙"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전기방석에 몸을 지지려던 나보다 먼저 올라가 연근이는 쿨쿨 잤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는 말이 맞다!
그래도 연근이는 사랑스럽다. 30분 정도 전기 찜질을 하고 내려온 사이, 얼른 나는 또 뺏길까 봐 방석에 앉았다.
이렇게 찜질이 좋은데 연근이가 싫어할 이유는 없지.
"에낙" 부스러기만 안 흘리면 된다. 나는 막내에게 되도록이면 과자를 밖에 나가서 먹고 오라고 했다.
막내가 안 흘릴 거라고 믿을 수 없다. 아니, 잘 치우는 편이 낫다. 라면처럼 라면과자를 참지 못하는 막내에게 어떡해 밖에 나가서 먹고 오라고 할까? 불쑥 나온 말은 소용없고, 딸도 그렇고 연근이도 그렇다.
그래도 연근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고, 연근이가 늘 얌전하고 교양 있는 고양이로 보일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