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이 남기신 것은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한 줌의 하얀 가루가 되어 천자봉에 안치되셨다. 벌초가 필요 없는 대리석 납골묘에 잠드셨다.

이제 남은 것은 새 어머님과 자녀들, 손주들의 기억 속에 자리한 아버님이다.
남편이 고등학생 때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배우자까지 떠나보낸 뒤 술로 세월을 건너셨던 아버님.
없는 형편 속에서도 다섯 형제를 키워내며 모진 세월을 견디셨다.


장례를 치르며 가족들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촉촉해진 눈, 끝내 밖으로 번져 나오는 눈물.

그립고, 아쉽고, 원망도 있고, 미안함도 섞인 말들.
그래도 아버님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없는 형편에 다섯 형제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어.
한 해에 어머니와 아내를 보내고 술로 살았지….”

고모님의 한스러운 말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또 다른 고백이 이어졌다.

“이제는 후련해요. 오빠, 나 해방이야!”

아버님의 중매를 서고, 제천에서 부산으로 내려올 때 방을 구해주고,
다섯 형제를 걱정하고 챙기며 세월을 보냈다는 고모님.
그 세월만큼이나 마음도 묶여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못다 한 사랑이 남았는지 눈시울은 다시 붉어졌다.


아마 우리 모두 그랬을 것이다.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한 일, 더 따뜻하게 살피지 못한 날들이 뒤늦게 미안함으로 남는다.

힘들었던 시간을 잊게 하는 사랑이 남아 있다.


삶 속에서 건져 올린 사랑을 붙들고 영계에서 한 계단, 또 한 계단 오르셔서 선함과 사랑만 남은 맑은 영혼으로 태어나 그리운 하나님 품 안에 안기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