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중독된 것이다!

가져야 할 끈기와 버려야 할 끈기

AI가 내게 물어봐요!

그림책 동화에 삽화 스무 장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 나게 쥐어짜다가 알아낸 사실이 있다. ‘그림책 삽화는 아무나 만드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과 ‘나에게도 끈기가 있었다!’라는 것을 발견한 사실이다.

끈기라는 게 내가 알고 싶은 걸 알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힘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못 할 것 같으면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라는 건 알았지만, 하고 싶은 것에 이리도 집착하고 물고 늘어질 줄 몰랐다. 삼 일간 하루 종일 알려주기 싫어하는 AI에 고집스럽게 물어본 결과 스무 장의 삽화를 받아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결과였다.


Playground AI 생성 이미지



그림이 생성되는 걸 기다리면서 책이나 브런치 작가 글을 읽으며 수시로 ‘플레이그라운드 AI’ 사이트에 들어가 이미지가 만들어졌나를 뚫어져라 확인했다. 몇십 장의 사진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내려받고 새로 다른 그림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유료로 사용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더 이상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럴 때 노하우를 알게 됐는데, 사이트에서 나갔다가 1분 이상 숨을 고른 후, 다시 들어가서 바로 요구 사항을 적어, 발행 버튼을 잽싸게 누르면 되었다. 유료 메시지가 뜨기 전에 말이다!




AI에 적응이 되니까 밤 10시까지 노트북에 죽치고 앉아서 창문으로 쏟아지는 빗물 소리를 들으면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다. 게임을 4시간 이상 한 적이 없는데, AI에 중독이 된 것이다! 이렇게 빠지다니….

하지만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안 할 것 같다. 주는 밥만 바라보는 신세가 되는 기분은 답답하고 고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고, AI로 그림책 동화 만드는 과정을 배우게 되어서 하는 것이지 지속해서 하고 싶은 일은 못 되기 때문이었다. 삽화를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잠시 중독된 것이었다.


AI가 엉뚱하게 만들어주는 그림에 딴지를 계속 걸고 싶은 마음이 중독으로 이끌게 했는데, 지금 해방감으로 브런치에 글을 남기고 있다. 어제는 이 중독 때문에 냄비를 두 개나 태웠다. 콩나물무침을 하려고 잠깐 불 위에 올려놨다가 콩나물이 탄 것과 국이 졸아 들어서 탄 것 때문에 그랬다. 다행히 베이킹 소다가 냄비를 살려주었지만 콩나물이 아까워 일부를 건져서 무쳐보았다. 아이들이 못 먹을 탄 맛이 났다. 혼자 먹으며 씁쓸함과 끈질김의 단점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한 곳에 몰두하면 끈질기게 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게 되었고, 요즘은 글을 쓸 때는 장점인 것 같아 고마운 점이지만 아이들에게 원하지 않는 질문을 끈질기게 하는 버릇으로 갈등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다. 잘 못 알아듯는 사춘기 'AI'에 더 질문하고 싶은 버릇처럼, AI의 생각을 도통 모르는 버릇처럼!


'AI 중독도 좋은 경험이다!'

좋은 끈기는 잡고, 버려야 할 끈기는 버려야겠다. 콩나물 반찬으로 씁쓸한 한 끼를 때우고 남은 것은 미련 없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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