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야, 미안해!

초파리는 모기와 다르게 눈에 잘 띄며 동작이 느리다. 음식물 주변을 알짱거리다가 앉지 말아야 할 곳에 앉는다. 선을 넘은 것이다. 그러면 나는 여지없이 손바닥으로 초파리를 강타한다.


나는 죽을 초파리가 미안해서 잠깐 마음속으로 ‘미안해, 초파리야!’ 하고 기도한다. 밖에 있으면 손으로 쫓고 말았을 텐데, 집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초파리를 없앤다.

나는 초파리가 어디서 들어오는지 생각해 본다. 여러 루트가 있겠지만(옆집이나 아랫집에서 건너왔거나, 배수구, 화분 물받침대에서 서식하다가 등등) 바퀴벌레의 출처도 모르는 것처럼 초파리도 알 수가 없다.


이런 음식물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음식물쓰레기 안에서 살다가 나올 수 있다고 하니까 오래 두지 않고 버리는 방법과 음식을 먹고 바로 치우는 게 집안에서 할 일인 것 같다.


어제는 몇 마리가 반려 곤충처럼 유유히 돌아다니는 걸 보았지만 눈감아주고 있었다. 모기라면 바로 잡았을 텐데, 급할 건 없다는 생각에 초파리가 하는 행동을 간간이 곁눈질하며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식사하고 있는데 겁도 없이 윙윙거리며 식탁 위의 반찬마다 들쑤시고 다녔다.

나는 일단 쫓고 잡으려고 손을 휘저었다. 다행히 초파리도 생각이 있는지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았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데 소파 근처 작은 상에 초파리가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막내가 흘린 바나나 티끌에 앉아서 그것을 쥐고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너도 살려고 그러는 건데, 에구!'


식탁의 음식을 양보하고 음식물 찌꺼기를 선택한 초파리가 고맙기도 했지만, 살려두면 위생상도 그렇고 번식할 거란 생각에 할 수 없이 저세상으로 보내고 말았다.

‘초파리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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