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감기

연극처럼...

by 아이얼

1. 딸의 결혼


지난 토요일 딸이 결혼을 했다.

결혼식 사흘 전부터 통 잠들기가 어려웠다. 연극 공연 개막을 앞두고 새록새록 처리해야 할 것들이 떠올라 허둥지둥 부산 떨곤 하던 낡은 습관들이 그녀에게 되살아났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번득 뭔가가 떠오르고, 그러면 곧 일어나서 그것을 맞추어 봐야 했다.


한밤중에 떠오르는 뭔가는 대부분 밝은 해 아래선 쓸모없어지는 것들이었다.

참 이상했다. 밤에는 그렇게 기발하고 멋진 발상들이 햇빛을 받으면 이내 시들해진다는 것이...

하지만 늘 그랬다. 애초에 계획되지 않은 기발함이란 갑자기 수용되기 어려웠다. 그게 현실이었다.


이번에 딸의 결혼식도 그랬다.

밤에 떠오른 이런저런 잡다한 일거리들은 날이 밝자 시간에 쫓기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그저 쾌적한 수면을 훔치기만 했을 뿐이었다.


결혼식 당일 그녀의 까칠한 얼굴은 더욱 음영이 드러났다.

잠을 못 자 쾡 해진 눈을 차마 뜨고 있기 어려워 미용사가 화장하는 내내 눈을 감고 있었다. 남들은 결혼식 앞두고 혼주가 돋보이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보톡스, 필러와 같은 쁘띠성형이다 마사지다 요란법석을 떤다는데, 고작 열흘 전에 미장원 가서 파마한 것이 사전 미용의 전부였다. 자신감인지 포기인지 모를 여유이자 안이함이었다.


화장이 끝났다기에 눈을 떠보니 거울 속에 낯선 여인이 비친다.
'젠장~ 쳐진 눈꼬리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어놨네. 늘어진 눈 매무새 그대로 그려놓다니, 젊은 아가씨들이랑 똑같이..'
충혈된 안구와 보정되지 않은 쳐진 눈매가 어우러져 슬픈 모습이 되었다. 딸 시집보내기가 너무 서러워서 한참을 울고 난 친정엄마의 모습이다.
"극적 효과를 내기 위한 불면을 설정했나 보구나. 너 참 잔인한 연출 쟁이다."
그렇게 독백을 하고 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으니 그나마 쳐진 눈꼬리가 초승달 같은 순박함을 자아낸다.
'아 맞다! 하회탈 눈매가 딱 이렇지!'
천편일률적인 화장법에 끼워 맞춰진 56살 그대로의 얼굴을 향해 그렇게 자조 섞인 위로를 하며 식장에 섰고 예식이 시작됐다.




5월의 결혼식장은 신록의 푸른 산을 배경으로 노란색과 민트색이 어우러져 동화 속 정원 같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의 딸이 직접 제안한 컨셉이었다. 기존의 밋밋한 파라솔 아래로 풍선들을 띄워놓고 민트색 테이블보에 푸른 식물이 담긴 화분과 이름 모를 갖가지 노란색 들풀들이 도자기에 소담스레 꽂혀있었다. 그 사이의 푸른 잔디 길을 따라 딸이 입장했다.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벌들이 윙윙거리며 딸을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집요하게 들러붙는 통에 신부가 주춤거렸다. 신부가 들고 있는 부케를 맴돌더니 느닷없이 신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꺄악! 비명을 지르고 딸이 넘어졌다. 놀란 하객들 사이로 그녀가 달려갔다. 딸의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있다.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린다. 손님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녀는 응급조치를 취하려고 스마트폰을 찾았다. 없다.

"아!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지? 어떻게 하지. 어떻게!"

여기저기 헤매고 돌아다녀도 눈에 띄지 않는다. 빗속을 뚫고 누군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사위가 아닌 낯선 청년이다. 그에 대고 그녀가 소리쳤다.

“병원에 전화 좀 해 줘요. 빨리!”




"드르륵~ 드르륵~"
스마트폰의 진동소리에 눈이 떠졌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꿈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하고 목이 조여 오는 통증을 느꼈다. 어깻죽지가 후끈거린다. 딸의 결혼식을 마치고 난 그다음 날 밤이었다. 갈증이 난다. 머리맡에 자리끼로 갖다 놓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습관대로 곁에 있는 핸드폰을 열었다. 캄캄한 어둠을 가르는 핸드폰의 화면에 카톡이며 밴드, 일반 메시지 알림이 가득 찼다.


“금요일 초등학교 앞에서 저녁 6시다.”
“전화번호 남길게. 그날 회의가 늦어지면 먼저 이동하고 전화 줘.”
밴드에서 온 J의 메시지다. J는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이다. 밴드를 통해 동창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었다. 그런지 근 1년, 그러나 막상 만나지는 못했다. 그 누구도 선뜻 앞장서 바람 잡지 않았다. 50여 년 전의 까마득한 추억을 반추하는 재미는 있었으나 대면할 용기는 없었으리라. 그런데 불쑥 J가 나타난 거다. 그는 6학년 때 반장을 했었고 그녀의 짝꿍이었기도 했다. 그는 유독 그녀를 반가워했다.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고 그녀 또한 그런 J에게 응대하며 액정 속에서 교제를 나누었다. 미국 지사에 나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잠깐 다니러 오니 만나자고 했고 드디어 첫 모임이 결성된 것이었다.
“이렇게 몸살이 났는데 나갈 수 있을까...”
그녀는 몇 개의 답문 메시지를 보내고서는 다시 침대에 몸을 던져 이불을 덮었고,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꿈을 꾸다 깨다를 반복했다.



2. 일탈


딸의 결혼식을 치르고 며칠 지나지 않아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곧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즈음 저들의 모습에서 12살 어린이의 잔재를 찾아내야 했다.
처음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낯선 아저씨, 아줌마들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해 과장된 웃음으로 서로의 눈꼬리를 내렸다. 그렇게 어색한 미소 지음 뒤로 꼭꼭 틀어박혔던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
으음...
아하!
알겠다~~

아직 그 시절의 천진난만함이 오버랩될 수 있는 얼굴을 간직한 그네들이 반가웠다. 그리고 감사했다. 시간의 간극을 재빨리 줄여낼 수 있는 용수철 공감대를 공급받을 수 있음이.

저들을 만나야 할 명분을 굳이 떠올릴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궁금했고..
그냥 시간을 거스르고 싶었고..
그래서 발걸음을 옮겼던 거다.
그러고 보니 50년이 넘는 세월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풀어놓지 못하고 산 듯하다.


그녀는 늘 그랬다. 흉 잡힐까, 집단 대열에서 떨어져 나갈까, 눈치 보며 앞선 사람들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그런데 모처럼 발 디딘 그 자유함 뒤끝이 허탈하다.
설레는 일탈을 꿈꾸며 실행하기엔 유효기간이 훌쩍 지나버린,
성이 없는 아. 줌. 마.
그걸 확인해서인가보다.

그네들과 헤어져 상념에 젖어 뚜벅뚜벅 버스정류장을 향해 쓸쓸한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가 오는 쪽을 향해 몸을 돌려 기다리고 섰는데 누군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J였다. 그가 무작정 버스에 같이 올라탔다. 그리고 환승해 집에 가기까지 1시간여를 동행해주었다.

50 후반의 직장인이라 느껴지지 않는 직선적이고 다정한 J의 태도가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J로 인해 모처럼 나이를 잊은 시간이었다. 마치 타임캡슐 타고 대학시절로 돌아가 남친의 배웅을 받은 것 같은 환상에 젖어들었다. 버스 함께 타고 가며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그 시간, 감기약에 취해 몽롱해진 머릿속에서 잠깐 꿈을 꾼듯하다.

“고맙다 J. 아직도 청년의 분위기를 잃지 않아 줘서..
나이가 들어도 늘 철부지 소녀처럼 가슴앓이하는 철딱서니 없는 아줌마가 예쁜 딸 시집보내 놓고 갑자기 화악! 늙어버린 듯 주저앉아있었는데..."

그의 길지만 짧은 동행에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다.
그날 J는 하나님이 그녀에게 보내주신 행복전도사였다.

그날 이후 J는 거의 매일 카톡으로 그녀의 안부를 물었다.
"집에 잘 들어갔니?"
"몸은 좀 어때?"
"굿 모닝!"
"지금 뭐해?"
"어디 있니?"

한 줄의 짧은 인사에 그녀는 비교적 긴 설명으로 응대했다.
“지금 통화할 수 있어?”

카톡 대화가 답답해진 그가 마침내 통화를 요청했다. 그리고 긴 수다가 시작되었다.
학창 시절의 추억과 함께 자신이 기억나는 그때 그 장면을 어린애의 말투로 연신 풀어내고 있었다. 전화로 들리는 그의 음성은 젊고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엊그제 본 아저씨의 모습은 사라지고 예쁘장한 어린 소년의 모습이 대신해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화가 무르익어가자 J가 단 둘의 만남을 제안했고 그녀는 덥석 수락했다.



J를 만나기로 한 그날이다.

아침부터 서둘러 화장을 하고 하루의 스케줄을 따라 집을 나서려는데 온 몸이 후들거린다. 초여름의 감기가 열흘이 지났는데도 쉬이 떨어지기는커녕 온몸을 제어하고 있다. 갈등 끝에 외출을 포기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날 그녀는 한남동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를 방문하려던 참이었다. 이후 서초동의 딸 신혼집에 들러 집안을 정리해주고 난 다음 저녁시간에 딸의 집 근처에서 J를 만나기로 계획했었다. 그런데 그게 첫 단추부터 틀어지게 된 거다.

오후가 되어서도 몸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갈 수는 있었다. 그런데 갈등이 일어났다. 부모님과 딸 수발도 제친 아줌마가 초등학교 동창남을 만나러 나간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모양새가 거시기하다. 그녀 스스로 용납하기 어려운 설정이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J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몸이 안 좋아서 아무래도 못 나가겠다. 미안.”

이후 안절부절이었다. 이럴 바에는 그냥 나갔어야 했다. 아쉬움으로 자리에 눕다 일어나다를 반복하다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다. 동료와 회식하고 좀 늦게 귀가한다고 한다. 또다시 J에게 문자를 쳤다. 며칠 후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갈 텐데 생각하니 아쉬움이 증폭되었다.

“혹시 가능하면 저녁에 우리 동네로 와서 차나 한잔 할래?”

답변이 없다. 회의 중인가 보다. 아님 틀어진 약속으로 다른 일정을 잡았는지도. 저녁 7시, 카톡 메시지 곁의 숫자는 아직도 1을 기록하고 있다.

밤 9시 50분 드디어 J에게서 답변이 왔다. 늦게야 카톡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지난번의 동행을 더듬어 왔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함께 사우나나 하고 가려고 스포츠센터에 와있는 참이었다. 남편에게는 대학 친구가 갑자기 왔다고 둘러대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골목길 저편에 감청색 재킷을 걸쳐 입은 한 아담한 아저씨가 투벅투벅 걸어오고 있다. 두 번째 보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너 참 엉뚱하다. 어쩌자고 지금 이 시간에 들이닥쳤어. 나 유부녀야~”
“나도 유부남이여.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릴 줄 몰랐지. 지난번에는 금방 온 것 같았는데 오늘 와보니 꽤 오래 걸리네. 강남에서 한 시간 넘게 왔어.”

찻집에 마주 앉아서 주문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건강해 보이는데 왜 그리 아프니?”
“그러게. 이번에 딸 시집보내고 톡톡히 열병을 치르는 것 같아. 평소에 건강한 편인데.”

이윽고 감기를 의식해 시킨 상큼한 생과일주스를 마시면서 대학시절을 반추했다. 사실 J와는 대학교 교정에서 몇 차례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법학과 학생이었다. 교내 카페에서 사뭇 심각하게 그녀에게 교제하기를 청하는 듯한 사설을 길게 늘어놓았었다. 그러나 당시 그녀는 콧대 높고 도도한 여학생이었다. 키도 크지 않고 고리타분해 보이는 법대 남학생이 그녀의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코흘리개 시절의 동창생이 아닌가. 두 번 다시 그를 볼 일이 없었고 이후 어쩌다 교정에서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10시 40분이 되었다. J가 문득 그녀의 팔에 채워진 사물함 키를 주목한다. 헬스장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다. 나 갈게.”

찻집에서 나와 J에게 낯선 길을 안내해주었다. 수지에서 방배동까지 가는 몇 가지 경로들을 제안했다. 그가 씩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슬쩍 어루만진다.

“진즉에 이리 자상하게 굴 일이지. 그 옛날 대학시절에 이랬으면 좀 좋아!”

30여 분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J와 헤어졌다. 어둠 속으로 총총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 아이들이 반장 말을 듣지 않고 마구 떠들어대자 화가 나서 눈물을 뚝뚝 흘리던 초등학생 시절의 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가슴이 아려오고 눈이 시큰해졌다. 그날 밤도 잠을 설쳤다. 그의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문자 확인도 안 되는 상태에서, 차는 제대로 탔는지 귀가는 잘했는지 영 불편한 잠자리였다.




다음날 J에게서 잘 귀가했다는 답변이 왔다. 무사히 도착했는지 염려하는 그녀에게 귀여운 답문이 왔다.
“나 초등학생 아니얏!”

그런 J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이제 와서 어젯밤의 해프닝 뒤끝의 안부를 물어 어찌하겠는가! 또 다른 멋 적은 대화가 이어질 뿐일 텐데..
아쉬움, 미련.. 이런 단어들 참 오랜만에 가슴으로 되뇌어본다.

그녀가 20대 청년이었을 때 엄마 아빠는 당시 그녀가 경험하는 이성 간의 섬세한 감정들을 전혀 알아차리지도 공감하지도 못하는 분들로 여겨졌었다. 그저 현실에 부대끼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한 아줌마 아저씨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나이가 된 그녀는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여린 가슴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단지 두터운 무채색 옷을 두르고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한 듯 위장하고 있을 뿐이다.

참 이상하다. 오랫동안 연모해왔던 자도 아닌 그의 출현에 왜 이리 가슴이 들먹이는지..

어쩜 그녀는 J 때문이 아니라 J로 인해 빚어진 이런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이리라!

빛바랜 일기장 속 어느 한 시점으로 잠시 돌아갈 수 있다는 건 멋진 일탈이 아니겠는가!

그녀에게 이런 설레는 낭만을 누리게 해 준 J! 새삼 고맙고 애틋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낭만적 일탈에 젖어있을 수 있을까...
놓으면 하늘 높이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소풍선처럼 운명 지워진 만남!

다만 지금 그 풍선 끈을 놓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제 쥐었던 손을 펴야 한다. 제 스스로 바람이 빠져나가 길바닥에 보기 흉하게 나뒹굴어대기 전에...

3. 복귀


한 편의 연극이 끝나면 수일 동안 끙끙 앓고야 일어나곤 했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난 후의 고요함은 평안함이 아닌 회한 가득한 숨어버림이었다. 자랑스러움보다는 부끄러움으로 얼룩진 그 짓을 아줌마가 되고서도 20여 년이나 줄곧 해왔다는 게 그녀는 이상했다.

J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고 일상의 자리로 복귀했다.

이번에 그녀는 면역력이 붙어서 열병을 앓더라도 그리 무섭게 아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을 보면 그녀도 이제 베테랑 연극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가 보다. 다음 작품으로 옮겨가기 전에 그녀는 이번 작품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을 정리해 J에게 편지로 부쳤다.

모든 공연은 시작되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끝이 난다. 때로 끝을 외치고 돌아서다 보면 다시 되돌려 덧붙이고 편집해 재공연 하고 싶어 안달이 나기도 한다. 연극은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리저리 다듬고 떼고 붙이고 하다 보면 더욱 멋진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렇게 계속 멋지게 되돌려 수정하고 편집해 더욱 농익어가는 다음 연극을 그녀는 여전히 꿈꾸어본다.

갑자기 그녀 곁으로 하회탈을 뒤집어쓴 배우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이윽고 그녀의 얼굴에 하회탈 할아버지의 깊게 파인 주름선이 이어져 옮겨간다, 저속 촬영한 동영상처럼.
그리고 저들이 한데 어우러져 덩실덩실 춤사위를 펼친다.

무대이기도 객석이기도 한 그곳, 커튼콜이 필요 없는 그곳에서...


* 소설 형식으로 쓴 <허스토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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