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스트레스 고백기
스스로를 위해 쓰는 거라지만...
미술사 정리를 해나가는 일이 점점 힘들어지고 회의감이 밀려온다.ㅠㅠ
그림 도판 사진을 찍어 편집하고, 관련 자료들 찾아보고, 책 내용을 읽고 분류해서 요약정리해나가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다. 분량에 따라 거의 하루 온종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처음엔 제대로 공부해보겠다고 일을 벌였는데 갈수록 버거워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쓰다 보니 독서회 회원들과 함께 읽는 진도에서 점점 밀려나게 된다.
현재 일주일치가 뒤쳐져있다.
물론 간단하게 읽은 소감만 적고 넘어가면 될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
누가 하라고 시킨 일도 아닌데 이렇게 사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 이곳 브런치에 떡하니 메거진으로 만들어 올려놓기까지 했으니 더욱이 대충대충 넘기기가 어렵다.
스스로 씌운 굴레라고 해야 하나?
서론을 포함해 28장까지 총 29개의 글을 써야 하는데 이제 18개를 썼다. 나머지 11개를 더 써야 완주하게 된다.
일상적인 생활은 대충대충 털털하게 넘기며 살아가는 나다. 집안 살림살이도 늘 흐트러져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 글쓰기는 대충대충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곰브리치의 미술사는 번역본이라 문장이 길고 매끄럽지 않아 읽으면서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를 정리하려니 또다시 글을 쓰는 것처럼 수정 작업이 어렵다. 내 글 쓰는 것보다 남의 글 고쳐쓰기가 더 어렵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작업하다가 지쳐 쓰러져 자고는 2시간 만에 눈이 떠졌다. 다시 이리저리 뒹굴며 잠을 청하려다 실패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억지로 쥐어짜듯 한편 완성해 발행하기를 꾹~ 눌러버렸다.
그리고 뿌리치듯 서재를 빠져나와 부엌으로 갔다.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뜨거운 커피 대신 얼음 10조각 정도를 대형 머그잔에 넣고 에스프레소를 부어 냉커피를 마셨다. 왠지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이 작업할 수고와 노력, 시간으로 내 일상의 글을 썼다면 하루에 2,3편 아니 10편도 썼겠다~ 이그으~~ 내가 지금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글 쓰다 부족한 자료를 찾느라 검색을 하다 보면 나처럼 똑같이 곰브리치의 미술사를 정리해놓은 블로거들이 제법 눈에 뜨인다. 이 글쓰기는 절대로 나를 세워주는 콘텐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희소성도 없고 인기도 없는 그만그만한 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리 내 스스로를 달구느냐 말이다. 학생으로서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학위를 따기 위한 과제 제출도 아닌데!
하도 스트레스가 쌓여 이렇게 글쓰기로 넋두리하며 풀고 있다.
브런치 글쓰기가 그래도 되는듯하다. 작가들의 넉넉함으로 서로를 보듬어주는 플랫폼인지라...^^
이렇게 주절주절 늘어놓다 보니 내 안에서 또 다른 말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람이 어떻게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사니? 때론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은 일에도 열중할 수 있어야... 그래야 그 헐거워진 틈새로 시선을 돌리며 멈추어갈 수도 있게 되는 거지..."
"띠띠띠띠이~~~"
때마침 싱가폴에 있는 딸에게서 페이스타임이 걸려왔다.
열불 나서 글 쓰다 말고 이제 첫돌 되어 재롱이 한창인 손주의 환한 얼굴을 보니 쌓인 피로가 가시는 듯!
"그래~ 글쓰기를 즐기지 않는다면 지금의 나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다. 내 머릿속 기억창고에 정보를 가득가득 채워 넣고 싶어 하는 욕심이라면.. 이제 그만 내려놓자. 용량 과부하가 걸리는 일이라면 진도 맞추기 포기하고 나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정리해나가면 될 일이다."
며칠 전 읽은 최선혜 작가의 글에서 처럼 '나의 속도'로 나아가면 될 일이다. 저들이 시속 60km로 간다고 나도 똑같이 따라갈 이유가 없다.
나의 '공부를 위한 글쓰기'도 다른 나의 일상 리듬과 속도에 맞추어 적절히 완급을 조절해가며 하면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언제나 한결같이 성숙한 생활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아직도 이렇게 흔들대는 나의 심신의 모습은 여전히 아이 같기만 하다.
내 필명이 '아이얼'이라서 그런가? ㅎㅎ
영혼만 아이 같고 사고와 행동은 성숙해져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