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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 - 김동욱

나는 어떤 마음을 팔고 싶은가

by 세잇

언제부터인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거나, 어떤 일을 기획할 때면 습관처럼 '이 기술/솔루션 영역의 최근 트렌드는 뭐지?'를 먼저 검색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늘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 혹은 최소한 뒤처지지는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요. 모두가 '지금은 이게 대세'라고 외치는 파도 위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그 파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정답일까, 파도 자체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까 하고요.


바로 그때, 김동욱 작가님의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이제는 어떻게 상품을 팔까(selling)를 생각하지 마세요. 어떻게 마음을 파볼까(exploring)를 고민해야 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트렌드를 쫓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탐험하고 그 안에 자리 잡는 것이 진짜 성공의 열쇠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이 책을 쓴 김동욱 작가는 23년간 광고 기획자로 일하며 수많은 성공적인 캠페인을 만들어 온 분입니다. ‘피키캐스트’, ‘우유 속에 해시태그’, ‘데상트 블레이즈’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아, 그 광고~ 하고 떠오르는 작업들을 하셨지요. 특히 ‘Share hair’ 캠페인으로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에서 수상한 이력은 그의 크리에이티브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는 인생의 방향, 전략, 그리고 크리에이티브라는 세 가지 문제를 ‘컨셉’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현재는 AI를 활용한 마케팅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니,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진정한 전략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컨셉'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독창적인 컨셉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죠. 단순히 제품을 예쁘게 포장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본질을 파고들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속으로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은 치열한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8가지 브랜드를 분석하며, 그들이 가진 고유한 ‘래디컬 컨셉’ 전략을 보여줍니다. '래디컬(Radical)'이라는 단어는 '급진적인', '근본적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눈에 띄는 일시적인 임팩트를 넘어, 브랜드의 DNA에 깊숙이 자리 잡는 근본적인 차별화 포인트를 어떻게 구축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거창한 비전에서 시작하지 않고, 작은 도전에서 출발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래디컬 한 정체성을 구축한 브랜드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물을 팔면서 ‘리퀴드 데스’라는 섬뜩한 이름을 붙여 논란을 즐기는 브랜드, 혹은 화장품 업계의 오랜 미신을 깨부수는 ‘디오디너리’와 같이 기존의 규칙을 거침없이 깨는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익숙함을 벗어나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특히 디오디너리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들은 자사 제품과 전혀 관련 없는 진실까지 공개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데오드란트를 판매하지 않음에도 데오드란트 성분에 대한 진실을 밝힙니다.’라는 문장은 그들의 전략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잘 보여줍니다.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속에 신뢰를 심는 것, 그것이 바로 그들의 전략이었습니다.



내가 그은 밑줄

이 책에서 저는 여러 인상적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 번째는 ‘슈퍼 포지셔닝’의 의미입니다. ‘소비자가 특정 카테고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슈퍼 포지셔닝의 핵심입니다.’라는 문장은 제가 늘 고민해 왔던 ‘어떻게 하면 사람들 마음속에 각인될까?’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이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인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분야에서 '그 사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요.


두 번째는 문제의 본질을 다시 규명하는 것의 중요성입니다. 룰루레몬이 ‘그들이 창업 때부터 페르소나로 삼아온, 그래서 그들에게 지금의 성장을 가져다준 그 페르소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던 것처럼, 때로는 성공의 원인이라 여겼던 것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 좋은 해결책을 원한다면, 더 나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문장은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문제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고난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고난은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내거나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일을 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연료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생에 주어진 고통을 피하고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습니다'라는 문장은 저에게 용기와 위로를 동시에 주었습니다.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단지 피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니요(No)’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베른하르트라는 인물이 'No'를 실패가 아닌 'Not right now(지금은 아니다)'로 받아들였다는 내용은 저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거절당하거나 실패했을 때, 그것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잠시 멈춰 서서 다음 기회를 모색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은 그저 마케팅 책으로 치부해선 안됩니다. 이 책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죠.


트렌드를 쫓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컨셉을 만들어내는 삶

실패를 두려워하는 대신,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진정성을 탐구하고 그 진정성을 세상과 나누는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 역시 저의 글쓰기를 통해 삶의 잔잔한 깨달음과 사유를 계속해서 나누고 싶습니다. '나와 당신의 문장은'이라는 연작 에세이가 저의 래디컬 컨셉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거창한 시작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저의 진심을 담아 글을 써 내려간다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다시 한번 멈춰 서서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마음을 팔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슈퍼 포지셔닝하는 첫걸음일 테니까요.


그 길 위에서 우리가 그은 밑줄들이 삶의 가장 밝은 이정표가 되어주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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