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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Jan 16. 2019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다빈치 전쟁

테러 이후에 한창 조용하던 파리가 다시 예년의 관광객 수치를 회복했다고 한다. 2018년 루브르는 또 최대 연간 방문자를 기록했다. 평소 미술관과 친하지는 않더라도 파리에 발을 들였다면 한 번쯤은 들르는 '관광명소'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이 스코어는 모나리자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루브르에 모나리자가 없는데 굳이 그 짧은 여행 일정에 그 거대한 루브르라니. 미술도 안 좋아하는데..


루브르는 자체 컬렉션으로 모나리자를 포함한 다빈치의 회화 5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빈치가 생전 완성한 회화가 17점인 것에 비하면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많은 양의 회화이다. 20대에 왕이 된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 원정을 떠나, 이탈리아의 예술에 반해 모셔온 노년의 다빈치 (자국에서는 이제 한물 간 과거의 거장으로 취급되었을 시기)를 아버지처럼 극진히 모셨고, 그가 남긴 작품들을 모두 사들였기 때문이다. 루브르가 그렇게 당당하게 타국 화가의 작품을 프랑스 박물관의 대표작으로 전시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앵그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마지막 숨결을 느끼는 프랑소와 1세, 1818>


다빈치의 죽음 500주년을 기념해 루브르는 내년(2020년) 다빈치 특별전이라는 블록버스터 냄새가 가득한 야심한 기획을 진행 중이다. 일단 이탈리아에 있는 다빈치 작품 대여라는 큰 산을 무사히 넘는다는 가정하에...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한데, 극우 민족주의적 성격이 강한 현 이탈리아 정부와의 외교마찰로까지 비화되는 모양새다. 프랑스는 이미 이탈리아가 소유한 회화 작품의 대여를 승인받아 전시를 기획 중이었다. 우피치와 바티칸에 흩어져있는 약 여섯 점의 작품인데, 좀처럼 반출을 하지 않는 작품이라 루브르 측에서는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 이탈리아 문화부 차관이 중도적인 정부였던 전임 총리가 결정한 작품 대여를 취소하기로 통보했다. 다빈치 500년 사후라는 엄청난 행사를 프랑스에 빼앗기기 싫었던 보르곤조니 문화부 차관은 비록 다빈치는 프랑스에서 죽었지만 그는 이탈리아인이라며 자국중심주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대화로 각색하면 이런 모양새


보르곤조니(이탈리아 문화부 차관) : 우리도 다빈치 사후 500년 행사할 건데, 너희가 가져가면 우린 뭐 하니? 그렇다고 너희가 모나리자 보내줄 거야? 그럴 것도 아니면서. 다빈치는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인이야. 못 빌려줘.

루브르: 너희 자꾸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도 로마 전시에 라파엘로 작품 안 빌려준다!

보르곤조니: 야 평화적으로 토론해보자고. 그 두 개를 비교할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 라파엘로는 대다수가 이탈리아에 있어. 게다가 라파엘로 사안이 최초 협상에 포함된 것도 아니잖아.

루브르: 어쨌든 너희 이미 약속했으니 빌려줘.

보르곤조니: 그건 지난 정부애들이 잘 못 생각한 거야. /에이크 슈미트(우피치관장): 그건 형식적 협상 시작이었지 대출 확정은 아니었어. 그리고 패널화는 너무 약해서 외부 반출 어려워. 2009년부터 외부 반출 금지 대상 작품이었어. (박물관 관계자: 아닌데... 여행 가능한데.)

루브르: 파리까지 올 정도의 상태는 되는 걸로 알고 있어.

보르곤조니: 대출조건을 협상해볼 의향은 있으니 상황을 재조정해보자.


다빈치를 둘러싼 협상 전쟁은 어떻게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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