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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Dec 17. 2019

파리에서 보는 한복 전시

@Musée guimet/ l'étoffe des rêve

최근 프랑스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문화의 전반적인 부분을 망라한다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그냥 k-pop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이나 제3세계 문화에 관심을 갖는 것이 교양 인양 여기는 소수로 양극화되었던 것이 영화나 한국의 작가들 그리고 동시대의 예술분야에 까지 다양화되어간다. 파리 동양 예술 미술관인 기메 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두 개의 특별전이 모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다. 

사실 carte blanche작가전을 보기 위해 들렀는데, 파업으로 인해 안전요원이 없는 바람에 특별전이 문을 닫았다. 얼떨결에 이영희 한복 전을 보게 됨. 한국의 기모노가 아닌 'hanbok'이라는 이름을 프랑스에 알린 이영희 디자이너의 한복 전이었다. 구성은 전통적인 한복 복식의 소개에서 시작해 점점 이영희 디자이너가 현대화시켜나가 개량되어 패션쇼에 선보인 컬렉션까지이다. 

다양한 한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한국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이나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시. 

이영희 디자이더 스스로도 한복 때문에 자신이 태어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소명 vocation에 대한 자부심과 자의식이 느껴졌다. 한국의 색 하면 보통 오방색이나 색동저고리의 알록달록을 떠올리는데, 그녀가 좋아한 색은 회색.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뜨지 않게 해주는 색이었다. 무채색을 좋아하는 내가 한복이 부담스러웠던 이유가 너무 화사한 색채 때문이었는데, 역시 문외한스러운 편견이었구나 느꼈다. 전시의 시작 부분에 마련된 비단에 관한 설명과 한복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영상물, 비녀나 노리개, 족두리 같은 액세서리를 배치해 놓아서 흥미를 끌었다. 



전시가 '디자이너'의 옷에 중점을 두었던 탓에 한복과 관련된 조금 더 다양한 문화적인 소개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네킹이 너무 서구의 체형이라 몰입이 안되었다는 점도 무대장치의 부분에 있어서 아쉬웠다. 하얀 벽을 그대로 두지 않고, 배경에 다양한 한국의 자연과 집들이 조화되도록 공간을 꾸몄다면 어땠을까 싶다. 한복은 옷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시에서도 밝히고 있듯, 자연과 문화의 교차점이니까. 


전시의 완성도보다는 작지 않은 공간에서 한복이라는 소재만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 


기메 미술관에서 2020년 3월 9일까지. 

https://www.guimet.fr/event/seoul-paris-letoffe-des-reves-de-lee-yo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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