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교회를 정하기 전, 집에서 가까운 고블랑 교회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몇 주 연속으로 예배에 참석하던 시절이었다. 첫 주에 예배의 분위기와 복음적인 설교, 작은 사이즈가 맘에 들어 몇 주 더 참석해보기로 했다. 이번주에도 설교가 괜찮으면 여기로 결정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둘째주에는 같은 목사님이 아니었다. 그분의 설교를 다시한번 들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우리가 참석하는 3주 내내 주일 예배에는 설교자가 바뀌었다. 50명도 안되는 이 조그만 교회에 이렇게 많은 설교자가 있는게 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일 예배 후 집에 돌아오면서 우리끼리 하는 질문은 '근데 누가 목사님이지?' 였다.
프랑스에서는 ‘목사님’이나 ‘장로님’ '집사님' 처럼 지위로 사람을 부르는 호격을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이에 해당하는 역할들이 나누어져있지만, 교회 안에서는 서로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이름 만을 부른다. 교회를 정탐하며 예배만 드리던 몇 주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만을 들었을 뿐, 누가 목사님인지 언뜻 알아보기 어려웠다. 정식으로 교회에 인사를 하고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고 한 후에야, 설교를 했던 이들 중에 목사님은 한분이었고, 인턴을 온 신학생 전도사 그리고 장로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목사라고 하면, 주로 설교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니, 설교자와 동의어일까?
고블랑 교회는 목사와 설교자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한국으로 치면 장로(장로라는 뜻의 불어 ancien)라고 할 수 있는 4명의 성인 남자가 돌아가며 설교를 한다. 물론 다들 자신들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전혀 다른 프로필의 사람들이다. 따라서 한달 정도는 출석해야 설교가 어떤지 파악할 수가 있다. 설교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신학교에서 1-2년 정도는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풀타임 목회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관련 신학 수업이나 프로그램에 활발하게 참여한다. 굳이 목회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관심으로 혹은 교회의 필요로 일상과 병행할 수 있는 신학교의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한다. 성도들을 대상으로 신학교에서 제공하는 짧은 바캉스 시즌이나 주말, 혹은 저녁시간에 열리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우리교회의 고정 설교자들의 (주관적인) 프로필은 대략 어느 커뮤니티에나 있을 법한 대표적인 인간형의 조합이랄까?
전형적인 프랑스 엘리트 은행원 E : 매우 이론적이고 감정하나 섞이지 않은 다소 보수적인 설교를 한다. 고도의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설교문부터 멘트까지 하나하나 깨알같이 써서 프린트 한 후 파일에 넣어 온다.
프랑스령인 레위니옹 출신의 공무원 30대 후반의 활기찬 Y : 신학적이고 추상적인 설교보다는 적용에 초점을 맞춘 나눔을 선호한다.
공립학교의 식당에서 일하는 불어권 아프리칸 C : 따뜻하고 사람들에게 잘 공감하고 푸근한 스타일로 분쟁의 해결사이다. 그날그날 분위기에 따른 즉흥적인 제안을 주저하지 않는다. 목사님이 돌아가신 이후 목양과 심방 등을 담당한다.
국제선교단체에서 일하는 전직 회계사 P : 오랜 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선교사의 마인드를 가진 인물로 성격은 매우 내향적이고 개인적으로 대화할 때는 얼굴이 자주 빨개지지만 설교할 때는 에너지가 넘친다.
이들이 고정적으로 주로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며 설교를 하고, 두 세달에 한번씩은 우리 교단의 다른 교회 목사님을 초청하거나 미리 순서를 맡은 사람의 묵상과 간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아무나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로의 직분을 맡기 위해선 일정 기간 이상의 신학 연수 경험이 있어야 하고, 교회의 대표들 간의 회의로 결정한다.
나는 한국의 교회는 대부분 한 명의 대표 목사가 매주 일요일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예배 설교를 하고, 때로는 하루에 몇 부로 나누어서 두 세번씩, 그리고 주중까지 한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프랑스 교인들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그 설교자는 대체 설교준비를 얼마나 열심히 해야하는거냐며 대단하다는 반응이었다. 같은 사람 설교를 매주 들으면 지겹지 않냐는 말도 들었다.
물론 나는 강력한 호불호를 가진 개인이므로 더 맘에 드는 설교가 있긴하지만,
어쨌든 이 곳에서 교회를 다니는 이유에 ‘목사님의 설교가 좋아서’라는 항목은 제외하기로 했다.
고블랑 김씨가족+ 빵린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