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교회의 일원이 되었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세례와 성례전을 예배의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고블랑 교회도 같은 생각과 무게를 공유한다. 한국에서 다니던 교회의 교단에서는 부모의 신앙을 따라 유아세례를 주고 성인이 되면 입교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고블랑 교회는 유아 세례는 주지 않는다. 유아 세례 대신 교회의 일원으로서 아이를 소개하는 의식(유아소개식?)이 있을 뿐이다. 유아 세례가 부모의 신앙고백에 따라 언약 공동체인교회에 양육 아래 놓이게 된다는 의미는 그대로 갖되, 세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부모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아이를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하고 그에 대해 응답하는 자리이다. 장로교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유아세례를 받고 성인이 되어 입교를 하는 것과는 반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전에 고블랑 교회의 목사님에게 유아 세례에 관한 의견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교회의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자신의 의지로 신앙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세례를 주기보다는 성인이 되면 스스로 세례를 받길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유아 세례에 대해 신학적인 의미를 떠나 체감되는 실질적인 의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나는 이런 교회의 선택에 동의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긴 했지만 중고등부 시절 입교가 아닌 세례를 받았던 나는 그 시절 교회분위기와 교회 내 복잡한 인간관계구조, 교회정치 등에 대해 혼자 고민했었음.)
2015년에 태어난 이레는 2017년 6월 이 유아소개식을 통해 고블랑 교회의 일원이 되었다. 한국의 유아세례처럼 삐까뻔쩍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름 우리 모든 가족이 교회의 일원이 된다는 중요한 행사였다. 특별한 순서는 없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부모가 교회 앞에서 아이를 위한 신앙고백을 하고, 성도들이 부모와 아이를 위해 기도해주는 시간이다. 프랑스가 카톨릭 문화를 갖고 있어서인지 세례나 유아 소개식은 평소에 교회에 다니지 않는 가족들이 함께 하기도 한다. 우리는 비록 함께 참여할 다른 가족들은 없었지만 이레 아범은 '특별히' 불어로 기도문을 작성하는 고된 노동을 했다. 평생 한번이지..라고 끙끙대면서.
그리고 하나님의 재밌는 타이밍. 동방에서 그분이 축하사절단으로 오셨다. 한국에서 함께 교회를 다니던 K집사님. 외국으로 자주 출장을 다니시는데, 하필 그 주가 프랑스에 출장 오는 주간이셨던 것.
(여기부터는 이레아빠의 시점)
감동의 하루였다. 이레가 오늘 M씨네 삼남매와 함께 유아 소개식 (입교식 ?)을 했다. 명칭이 애매한데, 한국이랑 반대라 생각하니 쉬웠다. 여기 교회는 유아 세례를 따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간단히 소개시간을 만들어 영유아들이 교회의 일원이 되는 의식을 한다. 모든 교인들이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예배 중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세례는 커서 본인이 알아서 받으라는 거다. 한국에서 어릴 때 유아 세례 받고, 난중에 커서 입교를 받는 거랑 딱 반대다.
아무튼 난 열심히(?) 당일 아침까지 밤잠을 설치며(!) 불어로 기도문을 준비했고, 연호가 다듬어줬다.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이레는 오늘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난 잊지 못할 것 같다. 내가 기도문을 읽었으니깐.
아무한테나 안 안기는 이레를 크리스티앙이 터치하자 갑자기 어-어-어- 하면서 (왜 이러세요 느낌의) 긴장 반응을 잠깐 보였다. 크리스티앙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얹고 기도할께. 괜찮아-라고 하며, 세 아이 아버지의 포근한 포스를 풍기며 자연스럽게 넘어가셨다.
오늘의 깜짝 이벤트 – 제자들교회 축하 사절단 등장. 홀몸으로 미쿡을 찍고 출장 차 파리에 도착하신 것이다. 아침부터 대중교통 탈 듯 하시더니 가볍게 샤를 드골 공항에서 우버 타고 오신 우리 쿠 집사님 등장. 감동의 한 장면에 제자들교회 냄새를 폴폴 풍기며 집사님이 등장하셔서 우리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감동의 물결에 파도가 막 이는구나. 캬- 극외향 발넓은 집사님은 한 두번 건너면 알만한 지인(나)의 지인(?)인 우리교회 교우분들과 조우하셨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너무 반갑게 비주도 하시고.
이 축하 사절단 덕분에 하나님의 세심한 타이밍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 시간을 축하해주러 오신듯, 짧은 시간을 쪼개 우리와 함께 예배 드리고 함께 밥 먹고 바람처럼 사라지셨다. 맛있는 거 사준 삼촌에게 반나절만에 착 안긴 김이레.
마지막으로, 앞으로 다시는 안 읽어볼 것 같은 이레를 위한 기도문을 올리며... 한국말로 하면 대충 저런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이었군! 참, 기도하기 전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 구절을 읽고 싶었는데, 안 하길 잘 했다. 이 짧은 기도문 읽는 것도 버벅거리느라 진땀.
주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당신의 자녀가 되게 해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또 부모인 우리가 성령님을 받아들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고블랑 교회에 있게하시고, 이들과 함께 자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령님이 이 아이의 마음속에 함께 해주시고, 하나님을 더 알고 더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더 깊어지고 넓어지게 해주세요. 당신의 희생과 은혜, 다시 오심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알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 아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사람의 아픔에 민감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모인 우리가 믿음과 소망과 사랑 안에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하나님의 지혜를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고블랑 김씨가족+ 빵린이 만드는 다르지만 같은 교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