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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May 12. 2020

코로나 19, 파리에 사는 우리의 주일예배




지난 3월 15일부터 시작된 프랑스 정부의 이동 제한령에 고블랑 교회의 예배 및 모든 모임도 취소되었다. 두 달이 지난 현재 (5월 1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사망률 수치로 치면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그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파리와 일 드 프랑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조금씩 이동 제한령이 풀리고 있는 지금도 그리 다를 것 없는 일상-재택근무와 유치원 폐쇄로 인한 합숙-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10인 이상이 모이는 모임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예배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 같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이동 제한령으로 첫 주 예배는 가정 예배로 대체했고, 그 다음 주부터는 전화 예배를 드렸다. 교회 안내 메일에 적힌 전화번호와 컨퍼런스룸 접속 번호를 보고 ‘전화 컨퍼런스’라는 게 있구나 처음 알았다.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나 zoom 등 각종 온라인 화상회의 시대에 전화 예배라는 단어에서 들리는 이 아날로그의 냄새는 무엇인가? 


최첨단 디지털 세대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법은 이렇다.

 

일단 지정된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우리 모임에 부여된 지정 방 번호를 누른다. 그 안에서 전화 컨퍼런스가 시작된다. 일종의 다중 전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이 있다. 일단 접속 후에 방에 안착하면 전화기에 내 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무음’ 모드로 바꿔야 한다. 안 그러면 지금 접속해있는 모든 사람의 숨소리는 물론 잡음까지 다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배 순서는 평소와 같다. 단지 찬양 시간에는 인도자가 집에 틀어둔 (아마도 유튜브에서 찾아 튼 듯한) 찬양을 들으며 따라 부른다. 모노톤으로 송출되는 찢어질듯한 음질을 맛볼 수 있다. 기도 시간은 눈치 게임. 대표기도 없이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기도하는 시간이라 시작하는 틈을 잘 파고 들어가야 한다. 오디오가 여러 번 겹친다. 설교시간에 누군가 무음을 하지 않고 틀어 둔 물소리가 난다. ‘누구 집이야? 오디오 좀 꺼줄래?’ 성찬식도 빠지지 않는다. 미리 포도주와 빵을 준비해두고 동시에 먹는다. 설교가 끝나고 안내 및 마무리 시간에는 접속해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서로 정체를 밝힌다. 2주 만에 다 같이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안부를 묻고 기도제목을 나눈다. 




전쟁 시기 집안에 숨어 라디오로 송출되는 방송을 듣는 게 이런 느낌일까? 비록 목소리 뿐이지만 오랜만에 함께 예배를 드린 이날은 길어진 기도 시간과 안부 묻기 시간으로 예배시간이 평소보다 40분은 족히 길어졌다. 게다가 거동이 불편하셔서 몇 달간 교회에 오시지 못했던 최고령 교인이신 92세 욜랑드 할머니가 전화 예배에 접속하셨다. 욜랑드의 목소리를 듣고 다들 반가워서 소리를 질렀다는. 




이날의 기도 제목은 코로나에 걸린 교회 지체 E를 위해, 파리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C, 지방도시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S, 그리고 뉴스를 통해 본 소외계층들의 어려움. 늘어나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기도였다. 프랑스 교회들이 코로나와 관련해서 특별히 기도하고 있는 또 다른 주제는 프랑스 북부의 한 교회에 대한 위로를 구하는 기도이다. 지난 2월 알자스 지방에 위치한 이 교회에서 큰 수련회 기도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이 집단 감염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이 모임에 참석했던 이들 중 사망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의 언론에서 프랑스판 신천지라고 보도했던데, 사실 이 교회는 이단이 아니고 프랑스에서 최근에 영적인 활기를 일으키던 기도운동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던 모임이었다. ㅜㅜ 2월만해도 프랑스 정부에선 코로나에 대해 아무런 경고가 없던 시기였고, 그 지역에 비슷한 시기에 대통령의 방문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뒤늦게 감염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교회가 내외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를 극복하는데는 앞으로도 많은 위로와 기도가 필요할 것 같다. 




예배 순서보기용, 찬양가사보기용, 성경책, 전화걸때 필요한 전화기 ...로 가득찬 책상


그렇게 3주 전화 예배를 드리고, 건의 사항을 수렴해 지금은 ZOOM과 전화를 병행해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노년층과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이들이 많아 접속자 중 2/3는 여전히 전화 접속자이지만, 음질이 엄청 좋아졌다는 장점과 화면을 통해 가사와 성경구절을 송출하다 보니 전화로만 들을 때의 ‘날카롭고 예민한 집중력’은 좀 저하됐다는 단점이 있겠다.














고블랑 김씨가족+ 빵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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