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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Nov 11. 2017

프롤로그

프랑스에 교회가 있어?

1/ 

한 프랑스인 목회자 친구가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선교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모인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사역을 소개하고 선교와 관련된 연설을 했다. 중간 쉬는 시간에 여기저기에서 몰려온 사람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프랑스에 개신교가 있는지 몰랐다고, 프랑스는 카톨릭 국가이고 그나마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성당에 다니지 않냐고, 거기에도 교회가 있냐고 말이다. 그 친구는 오히려 사람들의 그런 질문들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종교개혁의 도화선에 있던 칼빈이 프랑스에서 태어난 사람이었으며, 구교에 의해 박해를 받던 수많은 개신교 인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던 역사가 있는 곳이 바로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체 인구의 2퍼센트라는 미미한 수치를 고려해본다면, 편의점만큼의 교회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인 우리에겐 저 이슬람 국가의 복음화율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프랑스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30-40대 개신교인이 늘어나고 있는 나라이다. 2012년 르몽드는 사회면에 증가하고 있는 젊은 복음주의(에반젤리스트) 크리스천들의 예배와 복음주의 교회들의 연합에 대해 기사화하기도 했다. 



 

2/

김과 나는 태어나 보니 부모님이 교회에 다니고 있었던, 전형적인 교회문화인(신앙인 아니고 단지 문화인임을 강조!) 이다. 부모님들은 한국의 개신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시며, 교회에 다니면 복 받는다부터 시작해 기복신앙과 은사주의 등등을 경험하신 세대이다. 우리는 교회문화인 남들이 다하는 수순을 밟아 중고등부 즈음에 세례, 입교를 받고 대학 때를 즈음하여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놓은 교회문화속 신앙을 내던진 경험을 갖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신앙의 친구, 선배들을 적절한 시기에 만나 20대를 넘기기 전 회심을 경험했고, 개인적으로 하나님을 삶의 주인으로 영접하는 은혜를 누렸다. 신앙을 문화가 아닌 나의 삶으로 받아들인 이 경험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에 교회문화인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랑스로의 이사는 못 다 이룬 학문적 성취나 고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였다기보다는 30년동안 살던 안전한 땅을 한번 떠나보고 싶은 욕구와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면서 살아보자 하는 나의 반골기질이 극대화된 선택이었달까. 



3/

타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힘들게 다가왔던 점은 신앙적인 외로움이었다. 언제든 가서 기도할 교회와 교제할 신앙의 친구들이 있다는게 그렇게 행복했던 것인지 미쳐 몰랐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우리가 동의했던 그 좋은 말씀들은 사실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귀에 듣기 좋았던 그러나 우리 삶으로 살지는 않았던 설교일 뿐이라는 것을 이곳에 와서야 체감했다. 사춘기 지난지도 오래되었는데, 설마 또 올지는 몰랐던 방황의 시간을 거치기도 했다. 


우리 부부가 파리에 오기로 결정한 후, 교회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프랑스에서 교회는 어떻게 할거야? 라는 걱정 섞인 말이었다. 자유주의 신학이 지배하는 곳, 교회를 찾기 힘든 곳, 혹은 개신교가 거기도 있긴 한거지? 라고 물어보던 장소. ‘프랑스는 선교지’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 한국에서 듣는 프랑스는 동성애, 이슬람, 가족 해체, 무신론과 인본주의의 본고장. 말 그대로 한국 교회가 적 (교회용어로는 마귀의 영?)이라고 외치는 사상과 문화가 가장 만연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에서 정말 진지하게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에 비하면 소수일지 모르지만, 개신교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이들 중 진지한 신앙인의 비율은 이 곳이 더 높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곳의 교회는 한국의 교회가 가진 물질주의, 목사 혹은 개인의 권위 중심주의, 성공지향주의 문화와는 다르다. 오히려 그 극단에 있다. 양 극단의 두 교회 문화를 경험하면서 느끼고 나를 객관화 시켜가는 이 여정을 우리를 응원하고 안부를 물어주는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작가소개: 고블랑 김씨가족+빵린


김_ 사전검열 담당, 영적과장

호_아이디어 및 글담당, 호기심 호

빵린_이미지 담당, 모든 그림의 카피라이트 소유자

이레_2살 신입회원, 청소 및 간식먹기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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