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산균 Nov 19. 2017

비쥬가 어려운 한국 남자

타문화에 익숙해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외국어가 자연스러워지는 것? 많은 친구들이 생기는 것? 아니면, 처음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게 쳐다봤던 것들이 익숙해져서 인식조차 안 되는 것?  비언어적인 표현들이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프랑스 인들은 볼에 입을 맞추는 비쥬(Bisou/ Bise)를 통해 인사를 한다. 처음 만난 사람들의 경우나 공적인 비즈니스 자리 등에서는 악수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자주 보는 동료나 사적인 만남, 친구들 사이에는 비쥬로 인사를 한다. 통상 남자들끼리는 가족사이를 제외하고는 비쥬를 하지 않지만, 교회 안에서 만큼은 남자들끼리도 비쥬를 하는 게 당연하다. 영적인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눈을 마주치고 휙 고개를 돌려버리면 이상한 것처럼, 비쥬를 안 하면 인사를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  


내추럴 본, 한국 사람이라면, 이런 인사가 좀 불편할 만도 한데, 일단 대체 어느 뺨을 먼저 내밀어야 할지, 쪽 소리는 어떤 크기로 내야 할지 늘 애매하기 때문이다. 가끔 같은 쪽 뺨을 내밀다가 입술이 스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왼쪽으로 고개를 먼저 돌려서 오른 뺨을 대고, 아주 가벼운 쪽 소리를 낸다. 감기가 걸렸을 때는 감기 걸렸으니 비쥬 안할게 하고 쿨하게 말한다. 


처음엔 어색하기 짝이 없지만, 막상 익숙해지면 뭐가 이렇게 기계적인가 싶은 이 비쥬 문화. 왁자지껄한 인사문화를 즐기는 고블랑 교회에서는 때로 예배시간보다 인사하는 시간이 길다고 느낄 정도. 40명 남짓한 사람들끼리 비쥬하고 한마디씩 하고 나면 배가 고파진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로서로 비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저기 저 멀리! 한 남자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엉거주춤 서있다. 

얼굴을 들이밀며 비쥬를 몇 번 하고 나니 머쓱하고 불편한 이 사람. 그는 김. 

작은 예배공간 안엔 숨을 곳이 없다. 

 

(고심 끝에/ 이 총체적 난국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대안) 다른 사람들이 얼굴을 내밀기 전,  손을 쓰윽 내밀어 악수를 유도하는 수법을 써본다.  

그러나 적극적인 아프리칸 아줌마들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꾸꾸(안녕)!! 이레 아빠!’

저 멀리서 다가오는 그녀들을 피할 길이 없다. 

그냥 비쥬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ㅎㅎㅎ


기계인간 경상도 남자여, ‘감성터치 스킨십’ 한 방울만 장착하소서!




p.s. 한국에서 예배시간에 들어갈 때마다 양복차림으로 쭈르륵 서서 교인들을 맞이하시던 목사님들과 어정쩡/ 민망/ 어색해하며 인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고블랑 김씨가족+빵린


김_ 사전검열 담당, 영적 과장

호_아이디어 및 글 담당, 호기심 호

빵린_이미지 담당, 모든 그림의 카피라이트 소유자

이레_2살 신입회원, 청소 및 간식먹기 담당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