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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산균 Nov 25. 2017

J의 세례식

예수님한테 꽂혔어요! 

‘와우! 전 정말 예수님한테 꽂혔어요 je le kiffe. 예수님은 너무 쿨!cool 해요!!! class클라스가 달라요. C’est dingue 아! 정말 미쳤어 미쳤어! 어떻게 이런 말씀이 성경에 나오죠? 정말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예수님 정말 최고top예요!’ 


‘네, 아마 앉아계신 분들, 특히 어르신들은 잘 못 알아들으시는 단어가 좀 있었죠? 아하하, 다행히 전 청소년 자녀들이 있어서 다 아는 단어였어요.’ 

오늘 세례를 받은 J의 회심이야기를 듣고 난 후 사회자는 웃으며 이야기 했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J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혼자 파리에 살고 있다. 주중엔 수업 듣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모여 술 마시는 불금 파티가 일상. 그렇게 자유를 만끽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내던 한 주일, 숙취 때문에 멍하게 주일예배를 드리며 생각했단다. 이렇게 교회에 다니는 것은 시간낭비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교회를 다녔다고 자기도 그래야만 하나 생각했단다. 그에게는 아마도 진지하게 자신의 신앙을 테스트해봐야 할 시기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술병이 뒹구는 자취 방 안에서 기도하던 그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성경을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고, 마침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이제 새로 태어났음을 알리고 싶었단다. 


그렇게 올 해 우리 교회에서는 두 명의 청년이 세례를 받았다. 그 중 한명인 J는 매우 사교적이고 밝은 친구다. 그와 대화하면 책에는 안 나오는 진정한 생활 불어단어를 배울 수 있다. 


J는 그답게 상기된 표정과 에너지 넘치는 몸짓 그리고 ‘자신만의 언어’로 신앙고백을 하며 우리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했다. 





고블랑 교회의 세례식은 세례받는 사람이 자신의 신앙의 여정을 소개하고 어떻게 하나님을 영접하게 되었는지 간증을 하는 순서로 시작된다. 교회는 그의 간증을 함께 듣고 세례의 집도자가 그를 위해 기도하고 몇 가지 질문을 한다. (한국의 세례문답과 비슷. ) 그리고 그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들이 대표로 기도를 하기도 한다. 


J의 경우, 자신의 세례식을 위해 많은 친구들을 초대했고- 종교를 불문하고 초,중,고,대학교 친구들이 다 왔다. 30-40명 남짓한 고블랑교회에 스무명 쯤은 되는 J의 가족과 친구들로 꽉찼다-, 튀니지에 살고 있는 엄마와 친척들을 초대했다. J의 엄마는 가족들을 대표해 그의 어린 시절을 고발(?)하고, 신앙인으로서 그를 어떻게 키웠는지 나누었다. J의 동생들은 모두 이미 세례를 받았는데, J만 늘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어서 속으로 마음이 아팠다고도 했다. 


간증 후에는 모든 교인이 다 함께 예배당 밖으로 나가, 야외에 바람을 넣어 설치해놓은 작은 에어 풀 앞에서 기도하고 J를 물에 뉘여 세례를 주었다. 동그랗게 둘러서서 물에 들어갔다 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다같이 환호성을 질렀다. 인도자는 함께 하고 싶은 찬양이 있는지 물었다. 




찬송가 1장 불러요! 누군가소리 높여 대답하자, 

‘주님께 영광 다시 사신 주. 사망권세 모두 이기시었네.’

주거용 건물 깊숙이 한 켠에 마련된 교회 작은 예배 공간과 그 앞 공터가 이 찬양으로 가득 찼다. 


다시 태어남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유롭고 행복한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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