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산균 Dec 04. 2017

프랑스 인들이 좋아하는 성경구절




You version이라는 성경 어플에서 매해 흥미로운 조사를 한다. 각 나라 별로 가장 좋아하는 성경구절이 무엇인가? 가 그 주제인데, 각 언어별로 많이 인용되고 검색되는 성경구절 통계에 기반한 조사이다. 

해마다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성경구절로는 

빌립보서 4: 6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였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성경구절은

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였다. 


성경을 굳이 펼치지 않아도 떠오르는 구절인 걸 보니, 나도 어지간히 많이 들어본 구절들이다.


전쟁세대 이후 한국에서 ‘부흥’한 번영주의 신앙과 함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류의 맥락을 탈출한 성경구절들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 (따위는) 없으리로다.’처럼 원수는 쏙 빠져버리고, 목자만 있는 이 성경구절도 만만치 않다. 대문 명패에 교회 이름이 나란히 걸린 가정집이나 가게에 가면 늘 이 두 구절 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하나님에 대한 집단 이미지는 자상하고 선한 목자 같은 아버지. 현실의 아버지는 그렇지 않지만 하나님 아버지로라도 대리 만족하고 싶다. 돌아온 탕자를 맞이하러 맨발로 뛰어나가고 그를 환영하고 잔치를 열어주는 그 아버지 말이다. 탕자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라면, ‘아버지 것은 모두 니꺼란다’까지 와야 한다.  

예수님의 생애에서도 중구난방 제자들의 실수나 불신앙쯤은 성정이려니 너그럽게 인정해주고, 어린아이라면 우선순위로 영접해주는 예수님, 인자한 웃음과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띤 성자 예수님이 대표 이미지랄까? 


그런 하나님의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주입받은 덕분에, 또 다른 형용사로 묘사되는 하나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의 시기를 거쳤다. 전쟁, 살인, 인신공양 등등 여느 나라의 신화에나 등장하는 신들의 전설과 다를 바 없는 수많은 하나님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눈을 꼭 감아버린다. 아니면 사랑은 정의가 있어야 완성이지 정도의 아름다운 결론쯤이면, 나의 신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친구와의 대화 중 좋아하는 성경구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프랑스인들이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다름 아닌 예수님의 성전 청결 사건이란다.

‘성전의 장사꾼들을 쫓아내고, 불의한 일을 행하는 이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파이터’ 


예수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들은 마치 축구경기를 응원하듯 속 시원해하며 예수님 파이팅! 을 외친다고. 선한 목자 예수님의 지루함보다는 전쟁에서 승리하며,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는 혁명가의 모습에 이들은 더 많이 공감한다고 한다.  예수님의 화내는 모습에 당황하며 공의와 사랑의 공존에 대해 아름답게 포장하던 수많은 성경공부 시간들이 떠올랐다. 


 



Youversion 앱에서 동일한 해에 발표한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구절은 

스가랴 14: 9   '여호와께서 천하의 왕이 되시리니 그 날에는 여호와께서 홀로 하나이실 것이요 그 이름이 홀로 하나이실 것이며'란다. 아, 일단 스가랴부터 생소하다. 


때로 먹고 자고 입고하는 환경이 텍스트(성경을 포함한)를 해석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그리고 나의 맥락이 덧대어진 성경해석을 ‘신앙’이라 믿기도 한다. 


타문화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덧대어진 문화의 껍질들을 한커풀씩 벗기는 과정인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J의 세례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