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눈 Apr 02. 2022

'사이'에서 일어나는 배움

교사의 전문성

강의식 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다. 이 교사가 교실의 20명의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것과 똑같은 내용의 강의를 촬영하여 학생이 각자가 집에서 보는 것은 학생의 배움에 차이가 있을까?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을 통해 뒤늦게 발견된 것들이 있다.

1. 학생들의 특성과 성향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동영상 강의 수업도 어렵다. 학생을 '대하듯' 수업하기보다 '진도 나가기'에 집중하게 된다.

2. 화상수업에서도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중1, 고1들은 수업 참여가 더 낮다. 서로 간의 친분이 없으니 어색하고 불편해 수업 활동에서 멀어진다.

3. 학습 격차가 커진 것은 가정의 경제 수준에 따른 학습 환경과 돌봄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 컸다. 교사나 다른 학생들로 인한 자극의 부재로 학습 동기가 결여되고 자신의 위치 파악이 부족하게 되었다.


모두 '관계'가 배움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음을 말한다. 학교는 지식만을 전하는 곳이 아니라 계를 통한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다. 타인의 존재를 통해 나를 알고,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고 부대끼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성을 배운다.




보통 강의식 수업은 교사가 말하고 학생의 머릿속에서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방적인 것이라고 느껴졌던 강의식 수업도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있는 한 교사 및 다른 학생들과의 연계에 의한 배움이 있다.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의 눈에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교사의 질문에 나와 다른 생각을 말하는 다른 학생이 보인다. 그림을 그릴 때도 다른 학생들의 그림이 보인다. 줄넘기를 해도 우리 반 다른 학생들의 줄넘기가 보인다. 우리는 비교를 통해 나를 알게 된다.


우리는 '비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만 타인의 존재는 개인의 성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성적이라는 일률적인 비교의 잣대만 대지 않는다면 비교는 상당한 의미와 이점을 가지고 있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의 비교는 자존감 보호를 위한 심리적 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고,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의 비교는 더 성장하기 위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또래와의 비교를 통한 자극으로 자신감, 학습동기, 끈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단지 개인적 특성이 아니다. 타인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속성이다.  

무엇인가를 배울 때 지식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동교 친구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지식도 재구성된다(Brown, 1994)


어떻게 수업활동이 조직되느냐, 학생들이 어떻게 참여하느냐, 어떤 사람들과 수업을 듣느냐, 어떤 도구를 매개로 수업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수업 내용은 다르게 경험된다. 학습은 연계적 속성을 지닌다. 그러므로 교사는 연계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수업 내용과 학생, 학생과 학생, 학생과 그 내면의 자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연계가 풍부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사 전문성의 핵심이다. 


수업 내용이 학생의 삶과 연계될 수 있도록 수업 활동을 조직하여야 하며, 또래와의 교류를 통해 타인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른 학생의 모습에 비추어 자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학생을 참여시켜야 하며, 학생과의 신뢰관계를 통해 학생이 안전감*을 느끼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다른 분야의 전문성은 타인이 접근할 수 없는 전문 지식으로 고객을 수동적으로 의존하는 존재로 만들지만, 교사의 전문성은 교사의 지식과 자산을 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변형하여 학생이 적극적인 수업의 주체가 되게 하는 데 있다.



*안전감, 안정감, 안녕감 모두 쓸 수 있다.

교실 안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나를 드러내도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면 학습 경로가 더욱 활성화되며 수업에의 참여가 높아진다.



조선대 교육학과 김민성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공감되는 바를 정리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차라리 가족이 모두 한 번에 확진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