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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Mar 22. 2022

차라리 가족이 모두 한 번에 확진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앞에서 이기적인 내 마음

3월 21일 월요일, 나와 두 아이는 확진자가 되었다. 


전날부터 둘째가 열이 있더니 자가진단키트에 결국 두줄이 나왔다. 결과를 기다리며 '제발, 제발' 이라며 마음 졸이던 둘째는 선명한 두 줄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 둘째에게 무뚝뚝하게 대하던 남편도 당황하였는지 괜찮다며 둘째를 달랜다. 나도 목이 칼칼한 느낌이라 바로 검사해 보았지만 나는 한 줄이다. 서둘러 모두 마스크를 썼다. 오후부터 저녁 내내 둘째는 혼자 방에 있다. 너무 심심한 나머지 평소 늘 투닥거리던 누나랑 놀고 싶다고도 한다. 둘째가 문을 조금만 열어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첫째에게 뭐라 할 수도 없지만 다른 가족들과 떨어진 채 혼자 있는 둘째가 너무 안쓰럽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가 확진이라면 집에서 둘째를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현재 출근이 자유로운 편이니 내가 한 주는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 일단 영어 학원과 연구원 출근은 모두 못하게 되고, 저녁에 있는 대학원 수업은 남편이 일찍 퇴근한다면 갈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다면 왠지 가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대학원도 출석 인정이 되나? 또 이후에 내가 확진된다면? 아흑... 그럼 2주간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그럼 차라리 나도 지금 확진되는 게 낫지 않을까?


첫째는 등교를 해도 될까? 자가진단키트에서 본인은 음성이 나온다고 해도 학교에서는 왠지 불안해할 것 같다. 월요일 아침이 되고 자가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처음엔 한 줄인가 싶더니 아주 희미하게 다른 한 줄이 더 생겼다. 걱정되는 마음과 동시에 안도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결국 셋이 같이 병원으로 갔고 목 상태가 안 좋은 나까지 신속항원검사를 하니 결국 모두 양성이었다. 


더 일찍 출근한 남편은 회사에서 자가진단키트를 했는데 음성이란다. 오후에 회사 근처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는데도 음성이 나왔다. 그럼 남편은 어쩌지? 남편 회사에서는 집에 안 들어가길 바라는 눈치다. 출장으로 처리해주겠다고도 한다. 남편이 집에 온다면 가족 모두 마스크를 쓰며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편은 집에 오고 싶어 하고 있지만 결국 나도 같은 바람이다. 


아. 차라리 가족이 모두 한 번에 확진되었으면 좋겠다. 

가족 중에 확진자가 생겼을 때 남들도 이런 생각을 할까? 물론 증상이 심각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맨 처음 증상이 나타난 둘째는 이틀을 꼬박 열이 나고 구토도 있었다. 거의 먹지 못하고 기운이 없어 내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깊이 자고 난 아침에는 컨디션이 돌아온 모습이다. 그러자 오늘은 첫째가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목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나는 아직은 목이 칼칼한 증상만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제발 무사히 이 상황을 이겨내길 바라고 있다.


모두 확진은 취소!! 가족과 좀 떨어져 있더라도 남편은 비켜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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