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눈 Apr 10. 2022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다.

각자의 시간, 각자의 세계

대학원 수업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주제는 '생물학과 인문학의 융합'이었다.


생물학과 인문학의 융합에 관심을 가지게 된 시작은 재작년 과학 유튜브였던 것 같다. 과학을 시작으로 역사, 철학을 이야기하는 놀라운 유튜브 영상들을 알게 되면서 과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같은 주제를 다루는 책으로 관심이 옮겨가게 되었고 이들의 영향으로 과학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것, 인간과 떨어져서 탐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 과학도 인간의 삶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그래서 과학이 인문학과 연결될 수 있음이 발표의 주된 내용이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왔다. 특히 2005년 최재천 교수가 에드워드 윌슨의 Consilience를 번역하여 '통섭'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함으로써 우리나라에는 통섭의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준비하기 전까지 나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다.




과학 교사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이제껏 과학의 인문학적 모습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까? 참 부끄러웠다. 나의 공부가 게으른 탓이겠지만 과학의 이런 모습들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으며 대중에게는 낯선 것도 참 의아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과학을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며, 인간과는 별개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여긴다. '과학 교육, 과학 교사에 문제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당연합니다. 모르고 있는 것이 당연해요.
현대에는 시계가 있어 모두 같은 시간을 바라보며 동시대를 살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 사람들 모두는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어요.


교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게 무슨 말씀이란 말인가?

지금 알게 되었다는 것은 이제야 비로소 나에게 의미가 되어 다가온 것뿐이라는 것이다.


과학의 다른 모습이 이제야 내 마음에 의미를 가지며 나의 시간에 존재하게 된 것이고 그것이 지금이라고 해서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아직도 많은 것은 나의 시간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간에서 각자가 의미를 두는 것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는 것.


세상의 수많은 것들이

나에게 의미를 가지지 않으면

그건 나의 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딱 한번 그렇게 느낀 적이 있었다.

아이를 낳은 후 육아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이전까지 내가 살았던 바로 이 세상에서 나는 몰랐지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린 느낌.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눈을 가진 느낌.


내가 다른 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 먼 나라로 이사를 간 것도 아닌데,

내가 사는 이곳에서 단지 나에게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는 것만으로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진 느낌.





내가 경험하며 살고 있는 세상은 내 옆의 다른 이가 경험하며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르다.

우리는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있는 것 같지만 각자가 느끼며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나의 시간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다.

각자의 시간, 각자의 세계.

작가의 이전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배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