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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Apr 17. 2022

나는 나를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1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다. 물론 연구과제도 수행해야 하지만 종소리에 맞춘 삶이 아닌 내 시간을 내가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그간 하지 못했던 수많은 것들이 자기도 봐달라며 아우성치듯 얼굴을 내밀었다. 혹시 하나라도 놓칠까 봐 생각날 때마다 하고 싶은 일을 수시로 써 두었다.


<2022 새해 목표>

대학원 공부 열심히 하기(생물 공부 포함)

논문 초안 완성하기

논문 읽기(한 달에 2편 이상)

각종 학회 참석해보기

책 읽기(과학, 평가, 수업, 글쓰기, 문학 골고루)

독서모임 하기

영어 공부하기(어학원 다니기, 화상영어 신청)

혼자 여행 가기

글쓰기(브런치 작가 신청)

새벽 기상 실천으로 앞으로의 삶의 루틴 정착시키기

노션으로 일정관리

아이들 등교는 내가 책임지기


2월 중순부터 일단 영어학원을 등록했다. 벌써 수 년째 영어 공부를 해 보고자 시도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이렇게 실패함에도 계속 도전하는 것은 내가 평생 동안 잘하고 싶었던 영어를 몇 년의 실패로 그만둔다면 노년이 되어 참으로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조금 더 해볼걸, 느려도 조금씩 꾸준히 해볼걸 이런 후회를 죽기 전에 하기 싫어서다. 어학원을 다니는 것은 성공확률을 훨씬 높여준다. 1년이 지난 후 훨씬 자신감이 생긴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올해만큼은!'이라고 다짐한다. 다행히 어학원 수업은 엄청 재미있다.


대학원은 작년 가을에 원서 접수를 하여 면접까지 마쳤고 1월에 합격 통보를 받은 터였다. 주어진 과제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학교 다닐 때는 그렇게 힘들고 어렵던 공부가 이젠 제일 만만하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성적은 장담할 수 없지만 이제 최선을 다한다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 물론 공부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게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역할은 가장 자유롭고 편한 일이다.


4~5년 전부터 드문드문 삶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기록하는 삶에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기록하는 삶을 살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브런치가 나에게 좀 더 의무감을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 도전기는 아래 글에 자세히^^) 정말 감사하게도 브런치 팀은 나에게 기회를 주었고 내 삶을 응원해 주었다.


책 읽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취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많은 책들 중에 고르고 골라 한 달에 한 두 권 읽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책장에서 꺼내어 읽어도 되니 참 행복하다. 책 욕심이 참 많다. 그래서 한 권을 끝까지 다 읽고 다음 책을 읽는 것보다 여러 권을 읽어나가는 게 더 재밌다. 그러다가 중간에 멈추고 있는 책들도 많지만 말이다. 같이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얼마 전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그날그날의 인상 깊은 문장을 필사하고 관련하여 단상도 쓰는 형식이라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딱 맞았다. 단톡으로 매일 필사한 사진으로 인증한다. 다른 이들의 필사 노트를 읽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계획했던 많은 것들을 시작했고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새벽 기상과 노션으로 일정관리는 아직도 실패 중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계획한 것들을 무리 없이 끝까지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그런데 참 안된다. 새벽 기상은 작년에 4개월을 무리 없이 해왔던 터라 마음만 먹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도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자책하고 후회하고 있다. 노션은 또 왜 이리 어려운지.. 여전히 불편한 컴퓨터의 세계이다.


늘 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긍정적인 편이라 대부분의 날에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벌써 4월 중순이라고 생각하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자꾸만 생겨난다. 실상은 후자 쪽이리라. 일정 관리를 못하고 있으니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있다.


오전 시간은 아이들 등교 준비와 집안일, 영어학원이면 모두 끝난다. 영어 학원을 가지 않는 날도 오전엔 거의 영어 공부를 한다. 저녁 시간은 날에 따라 대학원 수업과 집에 일찍 퇴근하여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자유롭게 쓰는 시간은 오후 시간이다. 점심 후 약 1시부터 5시 30분까지이다.

특별한 계획이나 목적 없이 있으면 4시간 30분은 금방 가버린다. 휴대폰 알림을 켜 놓으면 더 그렇다. 모르긴 해도 휴대폰 열어보는 시간을 다 합하면 1시간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진짜 공부하는 시간은 3시간 30분. 어떤 날은 대학원 과제 준비로, 어떤 날은 독서 모임 필사로, 어떤 날은 연구 모임 업무 처리 등으로 그냥 시간을 보내 버린다.


이런 식으로 계속한다면 내가 좋은 것만 내내 하고는 정작 1년 동안 깊이 공부해보고자 했던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기르는 일에는 소홀해질 것 같다. 사실 그것도 내가 참 원하던 일이었는데 말이다. 4월 중순인데도 벌써 1년이 끝나버릴까 봐 불안해진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좋은 엄마, 성실한 대학원생, 학습연구년제 연수생, 영어 공부를 하는 늦깎이 학생, 글 쓰는 브런치 작가, 책을 좋아하는 교사. 나는 이 모든 것이 되고 싶은데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두렵다.


남편은 내가 너무 많은 일에 도전하고 있다며 주말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지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한다. 하지만 나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편안함은 아무 성취도 없는 공허함을 가져온다. 몸은 편안할지라도 삶의 즐거움이 없다.


그러면서도 몸의 편안함을 이겨낼 수 없다.

여기저기서 자꾸만 타협하고 있다.

나는 나를 극복할 수 있을까?

 

글은 물론이고 말도 잘 못하는 생물 교사의 브런치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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