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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Jan 01. 2023

도전하는 삶이란

24세에 임용고사에 합격하여 교사가 되고, 내 인생에 더 이상의 도전은 없다고 생각했다. 새롭고 힘든 것은 하기 싫었다. 편하고 쉬운 것만 찾았다. 이제는 편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학교에서도 최대한 나서지 않으려고 애쓰며 조용히 지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도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 내가 정말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하고자 마음먹게 된 일이 있었다. 2019년의 자발적 대외공개수업이었다. 아래 글은 그때 공개 수업 후 쓴 성찰록의 일부이다.

나는 왜 공개 수업을 한다고 했을까?

2019년이 시작될 때 세운 올해 목표 중에 ‘공개 수업 꼭 한번 하기’가 있었다. 공개 수업을 준비하며, 또 수업 후 협의를 통해 더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 학교일 외에 다른 무언가를 몇 주간을 공들여 준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잘할 수 있을지, 많은 두려움들로 선뜻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내내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 반 아이들(고2)에게 학교 프로그램인 진로 진학 컨설팅 참여를 물어보는 일이 생겼다. 자소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학교의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시간이 있을까 싶은 여학생 4명은 선뜻 도전해보겠다고 하는데 남학생 2명은 자신이 없다며 못하겠다고 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다음날 따로 불러 얘기를 했다. ‘두렵다고 도전하지 않으면 지금 가지고 있는 그만큼에서 내내 만족하면서 지내야 한다. 발전도 없고 성장도 없이 안주하며 지낼 건가? 힘들긴 하지만 이번이 실전이 아니고 못해도 괜찮다. 그러면서 배우면 실전에서 더 잘할 수 있다.’라는 얘기를 하고는 좀 더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날 저녁 문득, 내가 오늘 아이들에게 한 말이 나한테 한 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공개 수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학생들에게는 도전해 볼 것을 권하면서 정작 교사인 나는 두려워하며 머뭇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못해도 괜찮다. 그렇게 배우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했던 말이 지금의 내 상황에 완벽히 적용되는 말임을 느꼈다. 결국 대외공개수업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3주간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업을 준비하였다.


내가 대외공개수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2가지였다. 나의 수업 성장과 배움, 그리고 수업으로 이야기하는 학교 문화. 대외공개수업이긴 하지만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자유롭게 참관하시고 수업에 관해 질문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공개 수업 당일, 내 온 진심을 담아 정성 들여 작성한 메시지를 학교 선생님들께 보냈다.

아주 특별한 기회로
공개수업이
잘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수업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너무 두렵고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사실 내색하지 않았지만
공개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그날부터 내내 떨리고 긴장되고 있습니다. ^^

수업 보시고 수업에 대한 이야기 짧게라도 해 주신다면
너무너무 감사하겠습니다.

대외공개는 6교시이지만
같은 주제로 1교시도 공개합니다.
장소는 생물실,
대상학생은 수업이 가장 힘들었던 2학년 8반입니다.
8반 아이들이 공개수업을 통해
저와 더 끈끈해지고
긴장감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의 응원메시지가 쇄도했고 직접 내 자리로 오셔서 초콜릿을 쥐어주고 가신 선생님도 계셨다. 당일 공개수업에 1교시, 6교시 모두 합해 약 20분이 참관하셨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해냈다는 생각에, 그리고 그 과정에 많은 이들이 응원해 주시고 도움을 주시고 참관하여 함께해 주신 것에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행복했다. 정말 너무도 감사했다.


이때 이후 나는 매년 자발적으로 한 학기에 한 번씩 공개수업을 하며 선생님들을 초대하였다. 점점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에 참관해 주셨고 참관록도 성의껏 작성해 주셨다. 그분들께는 항상 다시 직접 찾아가 수업 성찰록을 드렸다. 그러면 선생님들은 그 자리에서 수업 방법에 관해 궁금해하며 질문을 하기도 하고 관심을 보이셨다. 내가 진짜 원하던 그런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행복했다. 모두 두려움을 이겨내고 도전한 덕분이었다.


이제 나는 두려운 도전 후에 얻게 될 기쁨과 행복을 안다. 내가 더 성장함을 느끼고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다.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기쁨과 희열을 도전을 통해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은 두렵다. 그래서 두려운 만큼 최선을 다한다. 이제 나는 도전하는 삶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한 후 얻는 도전의 결과로 성장하는 자신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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