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 달간 내 마음을 무겁게 했던 수업 수다 친구 모임(이하 수수친)이 드디어 첫 모임을 가졌다. 첫 신청자 두 분에서 시작하여 최종 신청자 아홉 분이 되기까지 그리고 오늘 모임을 열게 되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고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신청자가 적어 끙끙 거리기도 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했다가, 수석교사의 역할에 관해 고민하게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에는 총 아홉 분과 함께 희망 가득한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몇 주 전부터 날짜를 정하고 이틀 전에는 전교사에게, 당일 아침에는 신청 교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첫 신청자였던 이00 선생님이 출장으로 아쉽게도 불참하시게 되어 준비한 간식을 드리러 학년실로 가는데 선생님들이 한두 분씩 벌써 오신다. 그 모습이 참으로 반갑다.
첫 모임이라 교장 교감선생님도 응원차 와 주셨다. 교장 선생님은 기쁜 마음에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하시고 교감 선생님은 옆에서 말리신다. 인간적이고 유쾌한 분들이다. 덕분에 시작의 분위기가 좋다.
첫 대화 주제로 인사 나누기를 시작했다. 그냥 자기소개는 심심할 것 같아 세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수수친을 신청한 이유, 자신의 삶을 나타내고 있는 사진을 고르고 그 이유, 학교에서의 삶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사진을 고르고 그 이유를 말씀하시도록 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을 위해서 솔라리움 카드*를 준비해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서로 처음 만나는 선생님들도 있었지만 역시 선생님들은 금방 편하게 얘기를 꺼낸다. 모임을 신청한 이유는 수업에 도움을 얻고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 교과를 넘어서 다른 교과는 어떤 방식으로 수업하는지, 학생활동중심 수업은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관한 관심이 가장 많았다. 실제 동교과 연구모임은 많이 찾을 수 있지만 다양한 교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잘 없다. 하지만 다른 교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사고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임도 영어, 수학, 역사, 지구과학, 생물, 음악으로 교과가 다양하다. 서로에게 많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자신의 삶을 나타내고 있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 듣고 나니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학기 초라서 그런 면도 있었겠지만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선생님이 업무 파악의 힘듦, 해도 해도 끝없는 일로 인한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 김00 선생님만이 유일하게 첫 비담임으로서의 기분을 말씀하시며 그 때문에 약간 도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은 있지만 만족하고 있음을 표현하셨다. 3월은 참 그런 달인가 보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또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힘든 것이 아닐까? 그런 선생님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시간이 선생님들에게 힐링과 위로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학교에서의 삶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사진은 여유, 자유로움, 함께하기가 많았다. 정00 선생님은 불꽃놀이 사진을 제시하며 빵빵 터지는 수업을 하고 싶다고 하셨다. 또 키스 해링의 그림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업을 지향함을 말씀하셨다. 전00 선생님은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진을 골랐다. 선생님이 미리 계획한 대로 수업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해주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낸다고 하셨다. 모두가 참 공감되는 말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이야기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첫 모임이지만 수업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할지 내내 고민이 되었다. ‘내 수업 사례를 소개할까? 내가 살아온 이야기로 연결해 볼까? 너무 무거워.. 모든 선생님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뭐가 있을까?’ 이런 고민 끝에 ‘최근 수업에서 가장 기뻤던 적은? 최근 내 수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택했다.
성공적으로 끝난 프로젝트 수업이야기, 교사의 연기에 웃어주는 아이들, 처음 시도해 보는 학생활동중심수업, 수업이 기다려진다는 아이들의 피드백, 모둠 수업으로 자지 않게 된 고3교실, 처음 구상한 수업 활동을 잘 마쳤을 때.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기뻤던 경험들은 이런 것이었다. 다들 서로 부러워하기도 하고 자신의 수업을 비춰 생각해보기도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런 행복한 순간들이 있어 우리는 또 기쁜 마음으로 학교에 오고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하는가 보다.
아쉬웠던 점들은 대부분 학생들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수업에서 학생의 눈치를 보게 된 일들, 응답 없는 학급, 교사에게 과도하게 친밀감을 표현하는 학생 등 모두가 공감할 만한 것들이었다. 박00 선생님이 학생의 말에 더 이성적으로 대하지 못한 스스로를 반성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윤00 선생님, 전00 선생님도 비슷한 경험을 꺼낸다. 수업에서 아쉬웠던 점이라고 여겼던 일들은 선생님들의 자기 성찰로 이어진다. 역시 선생님들은 타고난 학습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성찰은 곧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니 말이다.
각자의 수업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은 학생 이야기에 너도나도 경험을 더하다 보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이어져갔다. 거기에 정00 선생님이 가끔 던지는 한마디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정말 원하시는 대로 빵빵 터지는 모임이었다.
단 두 시간 만에 급격히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복도나 급식실에서 만나면 더 반갑다. 더 묻고 싶고 하고 싶은 얘기가 마구 생겨났다. 앞으로의 모임도 기대가 된다. 시작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