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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Jun 04. 2023

학생의 마음을 연다는 것

교사의 마음과 학생의 마음이 만나는 배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며칠 전 수업 나눔 모임에서 발제자 선생님이 가지고 오신 질문 중 하나였다.


수업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학생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물론 포함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학생들의 마음을 열고자 하는 교사의 마음은, 학생들이 교사를 믿고 수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선생님은 우리에게 관심이 있구나.

선생님은 우리가 잘 배우게 하려고 하시는구나.

선생님이 우리를 배려하시는구나.


이런 마음들이 생겨나고 깊어지면 학생들은 교사를 믿고 수업에 참여하고자 할 것이다. 이런 마음들을 생겨나게 하는 선생님들의 방법은 다양하다.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하고, 허용적인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모두 위 세 가지를 향하고 있다. 여러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학생들이 위와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고 교사와의 관계가 끈끈해지게 된다.




학생들의 마음이 자발적인 배움으로까지 연결되려면 위의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관심을 느끼지 못하면 학생들은 교사에게서 진심으로 배우지 못한다. 교사의 관심은 곧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를 만들어 준다. ‘인강 강사’와 ‘우리 선생님’의 차이가 바로 이것일 것이다. 나를 아는 선생님, 나에게 관심이 있는 선생님, 그래서 내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선생님이 ‘우리 선생님’이다. 교사의 관심은 궁극적으로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있다. 그래서 학생이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에서 교사는 기쁨을 느낀다. 학생이 잘 배우고 성장하였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 주는 모습은, 학생이 교사를 '우리 선생님'으로 느끼게 한다. ‘관계’가 없다면 그 배움은 오로지 학생의 몫이 된다. 안 하면 그만인 것이 되고 만다. 이는 교사와 함께 수업을 통해 이해하고 만들어나가는 배움과는 거리가 멀다.


교사의 관심은 느끼지만 우리가 잘 배우게 하려고 노력하신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학생의 배움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교사가 제시하는 수업 활동이 학생이 잘 배우게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교사가 수업에서 편하기 위한 것으로 느껴질 때 학생들은 수업에서 배우는 것이 별로 없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모둠별로 각 주제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여 발표하는 수업을 생각해 보자.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매우 다양하다. ❶ 주제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교사는 의미 있는 주제를 선정하도록 끊임없이 모둠활동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혹은 전문가인 교사가 모둠의 수만큼 의미 있는 주제를 제시할 수도 있다. ❷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양질의 자료를 접하고 이를 분석해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교사는 자료 조사 방법에 대한 안내와 이를 기록할 수 있는 노트의 양식을 제공할 수 있고 분석에서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질문을 제시할 수 있다. ❸ 발표 단계에서 여러 모둠의 발표를 함께 듣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일 수 있다. 이 경우 교사는 학생들이 다른 모둠의 발표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동료 평가 체크리스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다른 모둠으로부터 새롭게 배우고 알게 된 것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도록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교사의 치밀한 수업 설계가 없이 단지 모둠별로 주제를 찾아 자료를 조사하여 발표하도록 놓아두는 경우라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 이외에 무엇을 더 배우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할 것이다.


잘 배우게 하려고 노력하신다고 느끼지만 우리를 배려하신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면 그것도 학생의 배움으로는 연결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교사가 많은 수업 자료를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수업하지만 학생이 꼼짝 않고 바른 자세로 50분 동안 듣기만 하도록 한다면 이는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은 집중력이 흐려지는 순간부터 배움이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50분간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게 된다. 또 수업 시간에 발표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연습할 기회나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질문하고 발표를 강요하는 것은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생들 모두가 이해하고 생각하는 속도가 다른데 각자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빨리 생각한 학생만 대답하게 하는 것도 학생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경우 학생은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고 그저 교사가 제공해 주는 정답에만 의존하게 되며 점점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이 과연 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교사가 진심으로 학생에게 관심이 있고, 학생이 잘 배우게 하려고 하고, 학생을 배려한다면 학생들은 교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그런 교사의 마음과 학생의 마음이 만날 때 자발적인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 없다. 그저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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