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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눈 Jun 02. 2024

성찰에서 배움으로 이어지는

수업 대화

5월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바쁜 날들이다. 수요일은 좀 더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올해는 수요일이 더 바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도 5, 6교시는 동아리, 7교시에는 진로진학 역량강화 연수가 있었다. 연수가 5시까지 계획되어 있어 나는 중간에 수수친 모임을 준비하려고 나왔다. 물론 연수도 수수친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양쪽 모두에 해당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계셨다. 오후 내내 쉬지 못하고 참여하시는 선생님들께 뭔가 참 죄송한 느낌이다. ‘오늘은 그냥 빠질까?’라는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 어김없이 와 주시는 선생님들이 참 감사하다.


오늘의 발제자 선생님 두 분이 어떤 질문을 가지고 오셨을지 기대가 되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떠오르는 질문은 다 다른 법이다. 서로 다름을 알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늘 즐겁다.




첫 번째 선생님이 선택한 주제는 ‘아이들은 알지만 선생님은 모르는 수업의 맹인 영역’이다. 저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수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혹은 인지하고 있지 않은지에 따라 공개 영역, 맹인 영역, 비밀 영역, 미지 영역의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수업은 수업이 공개 영역으로 채워지는 것이고, 가장 안 좋은 수업은 수업에서 맹인 영역이 많은 수업이라고 했다. 공개 영역이 많은 것과 맹인 영역이 많은 것의 차이는 뭘까? 이는 결국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의 문제일 것이다. 맹인 영역이 많다는 것은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결국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원활하여 공개 영역이 많을 때 수업이 서로에게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수업에서 우리는 어떨까? 학생과의 소통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까? 우리는 학생과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까?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 교사와 학생이 친밀하다는 것일까?


선생님은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삼삼 요구도 조사’의 질문을 제시하셨다.

① 선생님의 수업에서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요소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강점)
② 선생님의 수업에서 개선해야 하는 요소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약점)

각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가감 없이 드러내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강점에서도 약점에서도 생각하고 배울 점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남들의 강점이 부럽기도 하고, 나는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약점이라고 하시는 선생님들의 말씀에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모두의 이야기가 끝난 후 선생님은 ‘사실..’이라며 말을 꺼내셨다. 선생님들 대부분이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으실 거라고 생각했고 위 질문에 대한 답은 그 피드백에 근거한 답이길 기대하였는데 생각보다 피드백을 받아본 선생님들이 많이 안 계시다는 것이었다.(발제자 선생님은 올해 처음으로 교직에 들어오신 신규 선생님이시다.) 실제 많은 선생님의 경우 학기 말이나 학년말에 학생 자신의 수업 과정을 성찰해 보도록 하기는 하지만 교사의 수업에 대해 피드백을 받지는 않으셨다.


나는 수년 전 어떤 선생님의 수업에 참관하여 놀라운 장면을 보았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서는 교과 도우미 2명과 수업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오늘 수업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바로 수업에 관한 피드백을 받으시는 모습이었다. 당시의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학생들에게 물어본다고? 학생들이 얼마나 제대로 말해줄 수 있을까? 수업은 교사가 주도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닌가?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선생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매우 존중해 주셨고, 학생들도 꽤나 진지하게 수업에 관한 피드백을 했다.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학생들이 생각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수업을 바라보고 그 학생들의 피드백이 선생님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그 선생님은 평소 학생 지도에서도 항상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과 배움의 주체로서 학생의 주도성을 믿어주고 이끌어내는 분이셨다.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은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한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그날 이후 나는 매 수업 후 활동지의 마지막에 쓰는 '수업 돌아보기' 부분에 수업 피드백을 추가했다.

 1. 이 시간 드는 질문은? 2. 가장 의미 있었던 배움  3. 수업 성찰 및 나의 역량 발견 4. 수업 피드백

1~3은 학생 자신의 성찰을 위한 것이라면 4는 나의 성찰을 위한 것이었다. 이 4번 항목은 내 수업을 늘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로 인해 나는 수업 준비에 더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그때 이후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 많이 바뀌게 되었고 수업에서의 지향점도 달라지게 된 것 같다. 무엇이든 가능성을 믿고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면 학생들은 충분히 해나갈 수 있다는 것, 또 그렇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두 번째 발제자 선생님이 선택한 주제는 ‘학습자 중심, 활동 중심, 배움 중심 수업’이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매우 공감하며 읽었던 부분이다. 가장 핵심은 어떤 형식의 수업이든 그 본질은 ‘가르침’이 아닌 ‘아이들의 배움’에 있다는 것이다.


‘배운다는 것’은 ‘사고한다’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수업 설계에서 학생들이 사고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강의를 듣기만 해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활동을 신나게 하면서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초점은 '수업의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학생의 사고를 끌어내고 사고할 기회를 제공하는가'에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사고하라고 한다고 학생들이 사고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사고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교사의 수업 설계이다.

   

발제자 선생님은 ‘선생님들은 수업 설계를 어떻게 하시나요?’라는 큰 질문을 가지고 오셨다. 수업 설계를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관점은 다양했다. 한 차시 수업 설계에 대해 말씀하시기도 하고, 단원이나 학기의 수업 설계에 관해 말씀하시기도 했다. 하지만 수업 설계를 이야기할 때 공통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수업의 ‘목적’이다.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주기 위함인지, 이 수업을 배우고 난 후 학생들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지를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업 설계란,

‘무엇을 사고하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사고하게 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과서에 제시된 교재 내용을 넘어서서 그를 통해 학생들의 어떤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지 교사의 고민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뚜렷해지면 수업의 과정 속에서 어떻게 그 성장을 이끌어 낼 것인지 또 고민하여야 한다. 그것들은 분절되어 있지 않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또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교사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미리 그에 대한 자신의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 수업 전체가 지향하는 수업의 목적, 또 그것을 달성하게 하는 수업의 방법까지 미리 계획하고 설계해 두는 것은 그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함일 것이다.



* 올해의 수수친은 다음 책의 작은 챕터를 주제로 하여 나누는 수업 모임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9065624&start=slayer


* 대문 사진은 Copilot Designer에서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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