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보면 발견하는 즐거움

나만....

by eyewisdom

매일의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을 찾기 위한 나만의 탐색기


오늘의 즐거움은...


남편없는 주말아침 아들과 단둘의 브런치...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아파트 보도블럭 위로 물기가 촉촉히 스며들어 거뭇거뭇해진 바닥이

12층 창문으로 내려다 보인다.


아들은 아마 이런날 지금처럼 쇼파에 반쯤 누위 편한 자세로 마인크래프트를 더 하고 싶었을거다.

그 역시 11살 아들의 주말의 여유로움 일테니.

하. 지. 만.

요며칠 이리 맑은 공기도 오랜만인데다 잠깐 개인 하늘은 당장 밖으로 나가! 라고 자꾸만 자꾸만 유혹했다.

그렇다면 이제 아들을 꼬드겨야한다.


"나가자, 나가자, 엄마랑 같이 나가주라, 날씨 너무 좋잖아. 한번만...응?"

그런데 이렇게 굉장히 비굴모드로 달래고 얼레다 보면 어느순간 내가 왜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욱하고 올라온다. 그 때 아들은 귀신같이 그 타이밍을 알아채고 딜을한다.

"그럼 맛있는거 뭐사줄건데?"

뭐 사줄거냐고? 이런.....나가서 맛있는거 사줄거야? 도 아니고 그 단계를 뛰어넘어 뭐사줄건데?

역시 아들은 고단수였다.


흔히 남자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때 승락을 얻어내기 위한 화법으로 이런게 있다.

"혹시 주말에 시간 있으세요? 저랑 저녁식사 어떠세요?" 가 아니라

" 저랑 주말에 식사하시죠. 한식이 좋아요? 일식이 좋아요?"

식사를 함께하는 것을 디폴트로 메뉴를 선택하게 함으로써 상대가 수락하게 하는 방법.

아빠를 닮은 아들은 아마 나중에 커서 연애를 못하진 않을거다.


결국 손을 잡고 우리는 근처 버거킹을 향해 고고씽했다.

여유있게 걸으면 십오분 남짓 되는 거리였다.

잡은 손을 흔들며 시덥지 않은 얘기, 오늘 아들의 최애 드라마 빈센조가 한다는 얘기와

친구가 보내온 톡을 보여주며 영덕대게를 먹으로 간 친구가 부럽다는얘기,

지나가는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얘기,

종이접기를 잘하는 친구가 미니카접기의 달인이라는 얘기,

어린이날에 친구들과 파자마파티를 하고 싶다는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풀어낸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이런 건 집에 앉아서는 잘 나누지 못하는 얘기들이다.

별것 아닌 얘기들이지만 아들의 마음을 좀 더 알게되는 별것인 순간들.


특별한 날씨탓인지, 주말아침의 기분탓인지 모르지만

아니 나는 그보다 걸을때 심장의 역동감과 설레임의 두근거림이 묘하게 닮아 기분좋은 호르몬을 만들어낸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으며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아침에 손잡고 걸으니까 너두 막 기분좋아서 평소에 안하던 얘기도 하게되고 되게 좋다 그지?

? 난, 아침부터 햄버거 먹으니 좋아서 그런건데?


다...내 맘같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