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걷기의 역사
나의 걷기 히스토리에는 크게 3가지 테마가있다.
다이어트와 연애, 그리고 일.
먼저 다이어트..
한창 이쁘고 더 이뻐지고 싶을 그럴 이십대.
그 시기는 나에겐 다이어트라는 강박이 늘 지배하고있던 때였다.
하지만 갓 시작한 대학생활의 즐거움은 뭐니뭐니해도 새로운이들을 만나는즐거움일진데
거기에 단연 빠질수없는 게 술이었으니..
둘다 포기할수 없었던 나는 술자리이후 늘 걸었다.
버스정류장 10개도 넘는 거리를. '
지금생각하면 아찔하기도하다. 겁도없었지.
밤 늦은시간 그 캄캄한 길을 걷고 또 걸었다니...무지의 용기였는지.. 젊음의 객기였는지..
그래도 별일없었으니 다행이지만 절대 살찌우지않겠다는 열의가 강했던 듯하다.
그렇게 한시간 남짓 걸어 지하철에 오르면 이미 취기도 가시고 집에 도착할 무렵엔 너무도 초롱초롱해졌다.
좋은이들과 즐겁게 먹고 운동도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꿀잠까지 잘 수 있으니
걷다지쳐 초췌해진 몰골만 빼면 나쁘지 않은 패턴이었다.
두번째는 연애.
나의 연애는 대부분 뚜벅이의 연애였지만 굳이 포장하자면 걷기의 낭만으로 가득했다.
연애는 일종의 마약같아서 끼니를 걸러도 배고픈줄 모르고, 아파도 아픈줄 모르게 만든다는데
어떨땐 새 구두를 신고 하도걸어 뒤꿈치가 다 까져 피가나도 그땐 그리 아픈줄 몰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잡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걷는 기분에
몇시간을 걸었는지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밤새 걸을 수도 있었다.
설레고 두근대고, 짜릿한 걷기 였다.
마지막은 일.
20대에 시작한 취재리포터인 나에게 신발은 굉장히 중요한 무기였다.
나의 작은키를 조금은 커버해줄 수 있어야 하며, 정장에도 캐주얼에도 비교적 잘 매칭될 수 있는 그런신발. 그당시 한 멋 부리고 다니던 나였기에 편함보다는 멋있는 신발을 추구했지만 취재 한달만에 신발의 디폴트는 편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민들의 애환을 들으러 부산경남지방의 포구마을들을 찾아 걸어다니고, 주소만 달랑 들고 실향민들 집에 찾아다니고, 시민 인터뷰를 따기 위해 번화한 거리를 하염없이 쏘다니고, 부산지역의 고등학교 동아리 소개를 위해 리스트를 뽑아 찾아다녔다. (하필 고등학교들은 죄다 산에 있어서ㅠ)
한마디로 그때 나의 걷기는 열정이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시간 위를 내딛으며
나는 그 누구보다 튼튼해진 두다리를 가졌고,
결국 지금 적당히 평온하고 적당히 만족스러운 인생의 중반에 다다랐다.
어제의 인이 모여 지금의 과를 만들고 지금의 인이 미래의 과를 만든다.
오늘 내가 다시 떼는 첫 걸음은 3년뒤 그리고 5년뒤엔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다시금 묵묵히 걸어보려한다. 나만의 템포로 주변도 둘러보며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