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두식당에 다녀왔다. '새참'은 고성에 사는 친구와 서너 번 다녀왔는데, '잿놀이'는 오늘 처음이다. 그간 송지호를 오갈 때 여러 번 지나갔던 곳이었는데 꽃샘추위 끝에 부는 봄바람에 이끌려서 아내와 함께...
근데 새참과 잿놀이! 의미를 알 듯 하지만 불확실해 귀가해서 검색을 한참이나 하였다. 새참이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고된 농사일을 하며 식사 중간에 먹던 간편식’을 의미하나 잿놀이가 헷갈렸다.
잿놀이는 네이버 국어사전에도 없어서 이리저리 인터넷 서핑을 하며 찾은 결론은 ‘끼니 외 참참이 먹는 음식’이란 뜻의 ‘곁두리’란 말의 방언(강원도)으로 젠노리, 제누리, 제노리, 전누리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결국 두 단어 모두 농사를 지으며 먹는 간편식을 의미하되 새참은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며, 잿놀이는 강원도 사투리다.
덕분에 한국 방언자료집을 지도화한 한국 언어지도까지 알게 되었다.
두 집 다 한식류의 식당인데 새참은 지난번 글 ‘새참’에서 소개해준 바와 같이 들깨칼국수와 보리밥을 잘하는 소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곳이었지만, 잿노리는 또 다른 매력을 갖춘 곳이다.
파인리즈 골프장 가는 길목에 위치한 잿놀이는 광포호를 지나면 멀지 않다. 간판이 보이는 곳의 건물은 카페이고 식당은 그 아래편인데 위치가 낮아 잘 안 보이나 농로 같은 길을 타고 내려가면 바로다.
메뉴는 새참집도 그렇듯이 단 세 가지(한방문어닭, 잿놀이밥상, 시래기밥상)다. 단촐한 메뉴는 식당의 역량을 모을 수 있기에 이런 집이 나는 좋다. '잿놀이밥상'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메뉴판에 오만가지 메뉴가 적혀있는 식당은 뭔가 허술하고 의심스러워 보인다. 내가 만약 식당을 경영하면 이 집처럼 간명하게 세 가지 메뉴만 가지고 승부하겠다.
두리번두리번 식당내외를 돌아보니 뭔가 스토리가 있어 보인다. 이 집은 경주김씨 도정공 오백 년 종가이며 독립군 후손이다. 종부인 여주인이 식당을 운영한다. 몇 년 전 고성산불에 식당이 전소되어 다시 복원 중이라 하며, 농촌진흥청으로 부터 ‘농가맛집’으로 선정된 식당이라고 한다. 일견 근사하다
종업원들도 나름 자부심이 있어 보이며 서비스도 괜찮다. 가자미 구이를 먹다가 뒤집어보니 약간 타보여서 아내가 가볍게 어필을 하였다. 내가 식사를 거의 해서 사양을 하는 데도 공손하게 한 마리를 다시 가져오고, 식당에 관해 이것저것 물어도 조곤조곤 설명을 해준다.
안주인은 주방에서 바쁘다. 예전에는 주인이 카운터에 앉아서 돈관리에 열중하던 때가 있었는데 주방에서 직접 조리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반찬류가 바닷가 답지 않게 나물류 특히 시래기가 좋아서 어디 음식이라 물으니 여주인 종갓집이 원주였다고 한다. 영서지방의 한식류! 맞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강원도 양반집 깔끔한 맛이라 할만하다.
속초 와서 경험한 새참과 잿놀이! 두 집이 간식을 의미하는 식당 이름이나 소담하고 반듯한 한 끼가 가능한 식당이었다. 세 품목만 엄선한 메뉴도 괜찮아 누구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강원도 동해바닷가를 여유롭게 여행하시다가 집밥 생각나시는 분들 중 격조 있는 분위기에서 깔끔한 식사를 원하는 분들은 잿노리집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저렴한 가격(8천 원)의 농가식사 한 끼는 새참집으로 가세요!
나는 산수유 물들고 홍매화 필 때 즈음 아내랑 꽃구경하고 새참집에 들러 봄내음 물씬 나는 보리밥을 한번 더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