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옆집 5

by 시냇물

물회! 갓 잡아 올린 생선이나 오징어, 해삼, 전복 등을 날로 잘게 썰어서 양념으로 버무린 음식으로 요즘은 여름철뿐만 아니라 사계절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별미다.

전국적 음식이지만 바닷물이 맑은 동해안과 제주도가 유명하며 제주, 포항, 속초는 물회 3대 도시라 할 만하다. 물회를 제주에서는 물훼, 경남에서는 물헤라고도 부른다.


물회는 생선회를 찬물에 만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역별로 횟감도, 만드는 방법도 다르다.


제주도는 제피나무 잎이 먹음직스럽게 얹힌 자리물회가 단연 으뜸이고, 한치물회도 꽤 알려져 있다.

포항은 고추장에 비벼 먹는 전통물회가 대표주자다. 고추장에다 비벼먹다, 밥을 넣어서 다시 비비고, 나중에 물을 넣어 먹는다 한다. 회무침, 회덮밥, 물회를 한방에 즐기는 것이다.

강원도는 오징어 물회로 잘 알려져 있었는 데 오징어가 귀해지자 온갖 해산물을 한 그릇 담아내는 ‘모둠물회’로 발전했다. 전복과 해삼이 대표 식재료라 할만하다.


속초에는 대부분 횟집에서 물회를 취급하지만 쌍벽을 이루는 두 곳의 물회 전문식당이 있다. 한 곳은 청초호수변에 위치한 C집이고, 또 다른 곳은 등대해변의 B집이다.


두 집 다 화려한 외관의 4층 건물에, 근사한 오션뷰, 넓은 주차장과 운영시스템도 잘 갖추어진 초대형 물횟집이다. 자영업 식당이라 하기가 그렇고, 기업형 식당이라고 함이 타당하다. 주말에는 손님들이 미어터지고 평일도 꾸준하게 손님들이 드나든다. 두 집 다 고객들의 블로그 글만 해도 7천 개가 넘는다!

나도 가족들과 두어 번씩 다녀왔고 비교적 깔끔한 음식이라 수도권에서 오는 지인들에게도 여러 번 추천했던 곳이다.


C집은 대표메뉴인 ‘해전물회’가 유명하다. 해삼과 전복을 주재료로 만든 물회는 내용물도 맛깔지고 튼실하다. 메뉴가 상표등록이 되었있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두 집 다 번창할 줄 알았는데 등대해변의 B집이 형편이 어려워 경영권이 큰 업체에 넘어갔다는 소식이다. 그렇게 손님들이 넘치는 식당이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원래 두 식당이 모두 청초호수변 엑스포공원 내에 서로 인접해 있었는 데, C집이 선두주자이고 B집이 팔로워였었다. C집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맛집의 옆집'인 B집이 10여 년 전 등대해변으로 야심 차게 대규모로 확장이전하였다.


B집의 무리한 식당 확장에 따른 재정적 부담이 문제가 된 것이라 한다. 불행하게도 3년간 지속된 코로나 탓도 컸을 것 같다. 아직 식당이 운영되고 있어 언제까지 영업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B집이 C집을 능가할만한 킬러 콘텐츠도 없어 보였다. 음식 맛이나, 운영시스템이나, 시설이나 전망 등... 모든 분야의 수준이 so so 하다 할까.... 팔로워가 확실한 무기 없이 선두주자를 무리하게 따라가는 일은 위험하다.


차근차근히 내실을 쌓고 단계별 확장을 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것도 결과론적 비판이고, 코로나란 상상치도 못했던 리스크 요인까지 어떻게 예견하고 사업을 벌일까라고 반박하면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기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돼지머리 놓고 고사를 지내기도 하며, 뱃사람들은 바다에 나가기 전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지내는가 보다.


이런 자영업은 운칠기삼의 업일까? 자신의 인생을 운칠기삼에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운명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자영업은 더욱 그렇다.


이런 인식은 평생 또박또박 나라에서 주는 녹봉에 익숙했었던 나의 생각의 한계일까?


하여튼 '맛집의 옆집'이 살아남기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