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의 옆집 6

교암 막국수집

by 시냇물

무더위 속 오아시스인 영랑호를 걷다가 문뜩 생각난 백천 막국수! 며칠 전 아내가 이야기했던 고성군 대표 맛집이다.


공모주 청약으로 막국수에 수육정도는 먹을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였는지라 넌지시 아내에게 제의를 하니 반색을 하며 가자고 한다.


첫 데이트 때도 양평 천서리 봉진 막국수 집에 함께 갔었다. 충청도 여자라 그때가 처음 먹었었다는데, 결혼 후 나랑 수없이 다녀 요즘은 막국수 애호가가 되었다.

밥때가 될 무렵 그 맛집에 도착했다. 단위 농협입구에 꽤 넓지만 엉성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당으로 언덕배기를 올라갔다. 길목에 할머니 두 분이 옥수수를 찌면서 팔고 있다. 직감적으로 사람들이 꽤 오는 식당이구나!


바로 마주친 식당은 맛집 분위기가 난다. 자연스럽게 지어진 농가 주택이다. 이 신축확장을 안 하는 게 맛집 트렌드 아닌가? 대기 의자들이 대나무 숲을 방풍삼아 놓여 있고, 손님들이 앉아서 삼삼오오 조곤조곤히 기다린다.

대기표를 뽑으니 103번이다! 주변에 20여명 정도밖에 안 보여 모두들 어디갔나 하며 조금 의아했다. 느긋이 기다리면 되겠지 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 곁을 지켰다.


주변 대기자들이 식당으로 차곡차곡 들어가지만 대기번호는 더디게 줄어든다. 종종 새 멤버들이 우르르 나타나 의자를 채운다. 1시간이 되어간다. 대기 순번이 반정도밖에 안 줄었다... 뭔가 문제인 것 같았다.

검색을 해 후기를 보니 상황판단 미스였다. 테이블링 앱으로 예약하지 않고 이 식당에 오는 건 바보짓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자책하고, 분하지만 퇴각하는 수밖에 없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겸연쩍게 아내에게 가까운 막국수 집으로 가자고 동의를 구했다. 멀지않은 국도변 주유소 곁에 막국수집이 보인다.


못생긴 마당에 정성껏 주차구획을 만들어 놓은 곳에 차를 대고 들어가니 제법 손님들이 많다.


이 집 막국수도 한 가지뿐! 취향에 맞춰 동치미 국물의 양과 양념으로 비빔과 물막국수를 구분해 먹는다 한다.

주문한 막국수가 나와서 가위를 달라하니 주인이 직접 와서 가위를 쓰지 말아야 할 이유와 양념 넣는 요령을 설명하며 직접 넣어준다. 보통의 '맛집의 옆집' 주인답지 않게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있다.

옆 식탁에서 자기들끼리 소곤소곤 거린다. 맛집과 별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공감의 마음이 간다. 낙수 손님들을 받으면서도 자기 집 음식에 대한 자긍심으로 무장된 주인이 운영하는 식당! 왠지 싹수 있어 보인다!


하여튼 주도면밀하지 못해 시도하지 못한 백천집은 다음에 테이블링 앱을 통해서라도 한번 가봐야지! 그리고 그집이 여의치 못하면 기꺼이 이 맛집의 옆집에 와야겠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 백천집 방문후기를 보면 오픈런을 하던지, 10:30 열리는 앱 예약 권장. 그렇지 않으면 기다리느라 3~4시간 개고생한다고 충고 드립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