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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ul 03. 2023

강릉 단오장에서 일타강사를 만났다!

넝쿨장미 만발하고 눈부시게 파란 하늘의 6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만 그중 강릉 단오제도 손꼽힌다.     


펜더믹으로 중지되었다가 올해 재개되어 벼르던 곳이라 주말에 후루룩 다녀왔다. 아내가 건강이 좋아져 씩씩하게 따라오니, 내 기분은 날아갈 듯, 발걸음도 한결 가볍다.   

     

도착하니 남대천 넓은 천변에 이미 큰 장이 서있다. 인산인해의 단오장이다. 그 넓은 천변 주차장에 좀처럼 틈이 안 보여 용감하게 유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임시장터로 길로 향한다.     


중간 즈음 가다가 보니 호객인 것 같은데 00 농협에서 홍보차 나왔으며 고추장과 치약을 무료로 줄 테니 받아 가라고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주고 있다.      


아내가 냉큼 한 장을 받고, 나 보고도 눈짓을 해서 견물생심 얼른 받았다. 비닐봉지를 든 채로 바로 옆 홍보 텐트로 갔다. 십수 명이 되는 중장년층들이 모였다.     


고추장 외 4가지를 더 준다니 모두들 눈빛들이 초롱초롱하다.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는 데...     

 

후덕하게 생긴 자칭 농협이사란 분이 홍보기념품을 나누어 주는 취지를 설명하며 강의는 시작됐다. 제일 먼저 천마 패치, 두 번째로 천마 즙인데 청산유수다.


기관총 같이 빠른 말로 설명하고 수시로 이해상태를 질문하고 정답을 맞춘 자에게 보상(패치나 즙 1)을 해주며 중간중간 짓궂게 야한 농담으로 학습분위기를 고양시킨다.     


시간이 꽤 지나가고 클라이맥스 단계다. 고추장과 치약을 주며 동영상도 잠깐 시청 후 정부예산 보조, 홍보차원, 대폭할인 문구를 쓰면서 큰 약재를 파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강의는 열기가 더욱 높아진다. 미끼상품도 더 많이 주기 시작한다.    

  

주소를 기록하는 단계가 되는 분위기가 약간 싸해져 몇 명이 이탈하고 대여섯 명이 명단을 작성했다. 우리 부부는 물건은 안 사면서 계속 버티며 들었다.      


구매자들은 고추장과 치약을 받고, 덤으로 더 받았다. 우린 고추장 1통을 받는데 만족했다. 어연 시간이 40분이나 흘렀다. 

    

야바위꾼이라 하기 그렇다만 나이 든 사람들 홀리는 상술이다.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노년의 부모들이 당하기 안성맞춤이다.     


뒤돌아서 생각해 보니 그 혼잡한 임시장터에서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강의와 수시 퀴즈로 복습까지 시킨다.


퀴즈를 맞히면 홍보상품을 정신없게 나누어 준다. 40분이 전혀 지겹지 않게 지나갔다. 따지고 보면 명강의 아닌가. 일타강사가 따로 없다.


연봉이 많아야 일타강사인가? 학생에게 잘이해시키고 명확히 숙지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한두 가지 건강에 어려움 없을 리 없는 노년층들의 심리와 정보와 순간적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을 교묘히 이용한 상술이다.   

  

오래전 시골집에 가면 자석요, 찜기, 안마기 등등 이상한 물건들을 집에 두고 쓰셨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일타강사에게 명강의를 들으셨던 모양이다!      


조금 씁쓸하다만 하여튼 사람 냄새나는 곳 다녀오니 재미있다. 사은품 고추장은 생채와 몇 번을 비벼먹었는데 아직 맛은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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