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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May 08. 2022

부자절 월정사

지난 어린이날 오대산 월정사를 다녀왔다. 달리는 동해안 고속도로 도로변에 흰꽃이 만발한 데 아카시아인지 이팝나무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만, 꽃을 보며 설레 하는 아내의 마음이 반갑다. 이윽고 대관령 IC를 나가자마자 산세도 완만하고 넓고 비옥한 밭들이 보인다. 그래서 평창(平昌)인가! 멀리 보이는 산이 오대산인가 보다.

     

오대산은 동, , , 북과 중앙의 봉우리에 각각의 대()가 있어 오대(五臺)라고 불리며 각 봉우리에는 관세음보살 등 큰 보살들께서 각각의 일만 보살로 화현 하며 상주설법을 하시며, 중대(中臺)에는 오대 신앙의 근원지인 적멸보궁이 있다 한다. 좀 난해한 이야기이고 한국불교의 성지라 이해하는 게 빠를 것 같다.   

    

그 중심이 되는 월정사! 오래전부터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절에 들어서자마자 궁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촘촘하지만 단아해 보이는 가람들의 배치와 정돈된 모습들이 평강스러운 오대산의 자연과 잘 조화를 이뤄 한국적이며 세련된 모습의 창경궁 같다.      


일주문 부근에서 입장료(+주차료)도 꽤 비싸게 받는 데도 절 구경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다음 주가 초파일이라서 그런가? 월정사가 매력적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전나무 숲길로 알려진 산책로를 확인하고 걷고 싶어 오는 이들 때문일까?      


2,500개가 넘는 블로그 글에 빠짐없이 이 길을 걸은 감상을 기록했다. 편안하고 좋은 길이다. 둘이 걸어도 좋고 혼사서라도 괜찮은 길이나 이미 관광명소화 되어서 깊은 사색의 기능은 잃어버린 길 같다.    

내가 이 절을 보고 부잣집 같다고 한 의미는 이곳에 귀한 것들이 너무 많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적멸보궁, 국보 48-1호 팔각구층석탑, 48-2호 석조보살좌상, 국보 36호 상원사의 동종(까치의 전설이 깃든 절은 치악산 상원사로 이곳과 무관) 등 소중한 보물들이 있으며 거기에 더해 1,770만 평(여의도 면적의 18) 달하는 땅까지 가지고 있다 하니 이보다 부자인 자가 누구랴!     


더군다나 가람의 배치나 모양이 너무 단아하고, 전나무 산책길도 너무 세련되며, 입구의 식당가의 수준도 예사롭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다. 절 동네 전체가 도회적으로 보인다. 나오는 길에 입구 동대산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시켰는데 주지스님을 닮아선지 깔끔하고 맛있으나 은근히 비싸고 양도 푸짐하지 않았다. 시골스러운 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서울깍쟁이 같다고 할까!    


시간이 없어 입구에 있는 두 박물관(왕조실록. 의궤 박물관과 월정사 성보박물관)을 다녀오지 못한 게 내내 아쉽다. 다음에 여유 있게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아님 휴식형 템플스테이라도 하며 절과 주변 곳곳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마음 내키면 단기 출가학교라도 입학해볼까?      


늦은 점심을 한 식당 식탁 위에서 흥미로운 안내 팸플릿을 보았. 평창이 인간의 생체리듬에 가장 좋은 해발고도에 위치한 청정지역이라는 것이다. ‘가장 행복한 고도 700m, 대한민국의 알프스란 행복 평창 캠페인이 마음에 훅 들어온다. 내년 남해안에서 한달살이 하자고 같이 다짐했던 아내에게 '평창에서 여름 보내기를 하면 어떨까?'라고 물어도 답이 없다. 조석변이 내 마음만 들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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