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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ul 25. 2023

군자리 코스

유교에서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일컫는 말인 군자(君子)서양식으로 표현하면 Gentleman 즉 신사를 지칭한다.     

 

서울에 신사들이 사는 동네를 뜻하는 군자리(君子里)가 있었다. 현재 5호선 군자역 부근인데 근현대사의 파란만장한 곳이다.


예전 행정구역은 양주군 군자리였으나, 요즘은 서울시 광진구로 세종대가 위치한 군자동과 어린이 대공원이 위치한 능동 일대다.      


이중 어린이 대공원 지역은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의 부인 민씨가 산후통으로 요절한 뒤 묻힌 곳으로 유릉으로 불렸다. 지금 이곳 행정구역을 능동으로 불리는 연유도 그 때문이다.     

 

1904년 조성된 유릉은 1926년 현재 남양주 금곡으로 이장되었다. 황후의 능을 옮긴 사연도 처량하다. 그 사연은 홍유릉 사연편에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유릉이 금곡으로 이장된 뒤 능터는 방치되다 왕실에서 1930년 이곳을 골프장으로 조성하였으며, 군자리 코스로 불리었다.      


왕실 일가와 일제 고위관료, 부자들이 이용해 고급 사교장이던 이 골프장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에게 불리하게 전세가 기울어진 1943년에 폐장되었다가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재개장되었다.   

여기도 사연이 있는데, 전쟁 전에도 적지 않은 미군들이 한국에 활동 중인데 주말만 되면 장군들을 포함하여 많은 미군들이 일본에 골프 치러 다녀온다는 보고를 받은 이승만 대통령이 골프장 재개장 지시를 하였다 한다.


유사시 주한미군 고위장교가 복귀가 늦어지면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과 달라 한 푼이 아쉬운 시절 관광산업 활성화 차원인 셈이다.      


개장 준비 중 6.25 전쟁이 발발하여 미뤄졌고 휴전 뒤 1954년에야 군자리 코스는 재개장되었다. 그 뒤로 1967년에 관악 CC, 1968년에 태릉 CC가 오픈되었다. 관악 CC는 현재 서울대 관악 캠퍼스 자리다.


이 군자리 코스(서울 CC)는 대한민국 골프발전의 중심이 되었으며 연덕춘, 한장성 선수 등 많은 프로선수들도 이곳에서 캐디, 연습생, 티칭코치 생활부터 시작한 곳이다.

 

그러다가 서울이 거대화되어 이곳도 도시화가 진척되자 1972년 골프장은 폐쇄되고, 서울 CC는 고양 원당에 한양골프장을 조성하며 이전하였다.


군자리! 조선 마지막 왕후의 능이 있었고, 조선 최고의 귀족들의 사교장으로, 한국전쟁 이후 서울시민으로부터 사랑받았던 골프장으로 가히 군자의 땅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이 54만 평방 M의 넓은 군자리 터는 197355일 어린이날에 대한민국의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한 대공원으로 변신하여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다.      

얼마 전 그곳을 다녀왔다. 골프장을 개조해서 그런지 곳곳에 넓은 녹지다. 골프장 클럽 하우스로 추정되는 멋진 한옥 건물도 보인다.      


우리 어린이들이 이곳 군자리 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꿈을 키워 대한민국 곳곳에 필요한 인재가 되고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Ladies and gentlemen 즉 군자가  되어서~


#세종대 #건국대 #군자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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