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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Aug 30. 2023

수어장대(守禦將臺)

남한산성 수어장대 가는 길은 평온할 뿐 아니라 항상 바람이 있어 그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다.     


그 길이 청량산 서편 꼭대기를 돌아가므로 편서풍이 한강을 타고 성벽을 넘어오기에 시원한 바람이 그치지 않는가 보다.  


그런데 수어장대는 어떤 곳일까? 남한산성하면 청나라로부터 치욕의 수난을 당한 곳을 상징하는데...     


400여 년 전 서글픈 역사를 지켜본 수어장대는 어떤 곳일까?      


~()란 장수(지휘관)의 지휘소를 의미하는 말로 예나 지금이나 쓰이고 있다. 수원 화성의 서장대(西將臺)도 그렇고, 현재도 계룡대나 선봉대 등 과 같이 대(臺)란 군 지휘관이 부대를 지휘하는 곳을 상징하는 말이다.      

방어작전 시 지휘관은 적정을 잘 살피고 지휘통솔이 가능한 높은 고지의 정상부위에 지휘소를 설치한다. 과학기재가 없었던 예전에는 당연히 육안 관측에 의존하기에 그랬고 요즘 군에서도 그렇다.     

  

요즘도 소대~대대장 같은 하급제대 지휘관들은 고지의 정상부위에서 전투를 지휘(중대 OP 즉 관측소라 불리기도 함)하지만 연대급이상 제대는 그렇지 않다. 도로망, 예하부대 지휘, 피격 안전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        

 

그리고 여기서 수어(守禦)란 말은 왕을 지킨다는 의미이며, 남한산성 이곳이 조선시대 5군영 중 남한산성과 수도 남부방어를 담당하는 수어청(守禦廳) 관할이다.  


사실 조선군은 임진왜란의 교훈을 바탕으로 수도 한양의 두 요충지(북한산과 청량산)에 성을 쌓아 외적의 침략(북한산성은 청나라, 남한산성은 왜군)으로부터 수도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의욕적으로 준비된 곳이다.   

   

성곽도 견고하고 생존시설 및 물자비축, 훈련 등 여러 분야 방어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실제 병자년에 청나라가 침략하자 허둥대며 조기경보, 국경에서 초기대응이 미흡해 북한산성에서의 저항과 강화도로 대피가 어렵자 이곳 남한산성으로 철수해 방어전을 했다.      


그곳에서 침략군에 47일간 저항하다가 항전을 포기하고 인조왕이 성을 나와 삼전도에서 치욕의 항복식을 한 사건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렴풋이 기억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사람들이 역사를 망각해

     

송파주민들이 거여동에서 남한산성으로 하이킹을 많이 하지만 그 길이 인조가 항복을 하려 수항단으로 걸어 내려갔던 길임은 잘 모른다.     


석촌호수 산책로는 많은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지만 항복식 후 헌정한 청나라황제 칭송비가 석촌호수 서호수 끝에 남아있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곳 수어장대를 두 명의 국가원수(영조대왕과 이승만 대통령)가 다녀갔고, 치욕을 잊지 말자는 무망루가 만들어져 있음은 더욱 모를 것이다.


비교적 방어준비가 잘된 이 요새지에서 1만여 장병이 군왕을 중심으로 조금 더 강인하게 저항했다면 오히려 원정군인 청군이 오래 버티기 어려웠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오히려 관건은 다른 데 있었다. 영화 남한산성에서 보였듯이 최명길(이병헌 역)의 주화파과 김상헌(김윤석 역)의 주전파간 보였던 위기 앞에 국론분열이 문제였던 것 같다.


항복을 한 후 소현세자 등 많은 사람들이 인질로 청나라로 끌려갔다. 그때 끌려 같다 돌아왔던 수많은 여자들을 우리는 화냥년(환향녀 ;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를 욕으로 부르는 말)이라 부른다. 그러기에 남자들이 함부로 부를 말이 아니다.


주전파 우두머리였던 김상헌이 청으로 압송되며 읊었던 시조도 생각난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난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 하여라!     


수어장대의 시원한 바람 속에는 이런 처연함이 함께한다.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 요즘 역사 논쟁이 뜨겁다. 성남 복정에서 남한산성 가는 길이 이승만 대통령의 산성 방문을 기념해 그의 아호를 딴 '우남로'로 불렸는데 지난 정권에서 슬그머니 없앴다. 누구도 함부로 역사를 제단 하면 안 된다.


#홍범도장군 #정율성  #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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