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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Sep 09. 2023

맨발의 위력

나는 군생활 할 때 보병장교였었다.


보병은 도보로 이동하며 전투를 수행하 육군의 가장 기본이 되는 병과다. 보병(步兵)이란 한문의 뜻도 그렇고, 영어로 foot soldier라고도 불린다.      


걷는 것은 보병의 상징이며 지난한 일이었다. 중대장 시절이 걷기, 즉 행군훈련의 피크였는데 훈련이 세기로 이름난 양평의 결전부대 소속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그 시절 가장 힘든 훈련은 24시간 100km 행군이었다. 훈련이 다가오면 모두 긴장하며 준비한다.  나 역시 중대의 최고 리더로서 행군 간에는 함부로 요령도 피울 수도 없어 꼬빡해야 한다.      

원칙대로 행군을 하면 발바닥의 절반 이상이 물집이 잡히며, 행군 끝날 즈음은 무릎 관절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근육이 마비되어, 제대로 걷기가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 등산과 캠핑을 그렇게 즐기지 않았다. 그래도 건강에 좋다는 유산소 운동으로 걷기는 아내랑 꾸준히 했다. 특히 속초살이 하면서 아름다운 영랑호에서는 많이 걸었다. 


사실 사람들이 동적이 활동을 하는데 다리가 제일 수고가 많고, 그 덕분에 피로도 제일 많이 쌓이는 곳이다.   


그러던 중 황톳길 맨발걷기' 라는 화제의 기사를 보고 궁금해서 그 캠페인을 하는 분이 쓴 책도 사서 읽어 보았다.  


무릇 과학이나 의학적으로 완벽히 검증된 내용이 아니고, 이런 류의 캠페인이 횡횡해서... 하지만 건강에 크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한번 해볼까 마음은 있었는데...


속초에서는 여건이 여의치 않아 실천은 못하고 하남으로 이사를 왔는데 좋은 기회를 만났다.


하남시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들이 시민건강을 위해 다투어 황톳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 가히 붐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설치된 황톳길을 가보니 늦더위 속에서도 시황제가 불로초를 찾듯이 건강을 염원하는 중장년의 순례객 대열이 보인다.    

  

쭈삣거릴 것 없이 그 대열에 동참했고, 그 뒤로는 거기 다녀오는 게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내 소감은~~ 우선 느낌이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맨발로 걸으므로 발바닥과 발가락 모두가 불규칙하게 지면과 닿으며 걸으니 지압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마치 발바닥에 부드러우며 지긋한 압박을 주는 느낌~~


***군에서 장거리 행군 시 아스팔트 길을 계속 걸으면 특정부위만 압력을 받아 발바닥이나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므로, 일부러 울퉁불퉁한 갓길로 걷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부드러운 황톳길을 천천히 걷으니 각종 관절에 충격을 훨씬 덜 준다. 특히 장년들의 취약한 무릎 관절 보호에 도움이 되는 운동일 듯하다.      


마지막으로 매번 1시간 정도 천천히 걷고 왔는 데 생각보다 운동효과는 큰 것 같다. 바닥이 불규칙하고 미끄러운 곳도 있어 몸의 균형을 잡으려고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이 자극을 받아 반응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운동한 후는 생각보다 상쾌한 노곤함이 오고 밤에는 숙면이 된다.      


말기 암환자가 완치되었다는 등의 만병통치약 같은 여러 주장이나 어싱(earthing) 즉 땅과의 접촉이 치유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많은 국민들의 관심속에 확산되고 있기에 이 분야의 전문 연구와 검증이 필요할 듯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비용부담과 부상위험이 거의 없으며 건강에 도움을 주는 편안한 운동 아닐까?      


맨발의 위력! 자연으로 돌아간 인간들이 받는 자연의 혜택이다.

힐링의 시간은 덤이다.     


***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잘 정비된 황톳길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나, 야지에 자연스럽게 조성된 길을 걷을 때는 유리나 못 등에 의한 감염대비가 필요할 듯하다(파상풍 예방주사, 발에 상처 있는 분 운동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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