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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14. 2022

디지털의 포로가 된 '나'

지난 주말 내 휴대폰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서너 달 전 약정 만기가 되어서 재계약을 할 때 기기를 교체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전화기 상태가 비교적 멀쩡하여 조금 더 쓰려고 한 게 문제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휴대폰을 수시로 떨어뜨리고, 시도 때도 없는 유튜브 시청이나 뉴스 검색, 댓글 쓰기에 장시간 시달리던 내 분신이 스스로 명을 끊은 것 아닌가 싶다. 미안하구나!     

전화기가 멈추니 나의 뇌가 멈춘 것 같다. 당장 내일이 내 명의로 가입된 동기회비가 만기일이라 찾아서 후임에게 송금을 해야 하는데... 전화번호는 아내의 번호 말고는 아무 번호도 모르겠다. 모바일 ? 공모주를 위한 여러 증권사 어플은? 내 파일은?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했다.   

   

서비스센터에서도 못 고치고, 사설 데이터 복구센터 젊은 사장도 포기했다. 메인보드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서울에 본사를 둔 데이터 복구 전문회사에 연락을 하니 기본요금 5만 원에 데이터 복구 시 38만 원이나 달라고 한다. !      


전화번호, 사진, 문자 텍스트! 이 세 가지 정보가 제일 문제인데... 40만 원이나 넘는 돈을 투자해? 고민을 하다가 복구를 안 하기로 했다. 수백여 개 주소중 카톡으로 연계된 연락처가 어느 정도 살아있고, 사진은 구글포토에 꽤 남아 있다. 하여튼 겪고 보니 내가 디지털에 완전히 포위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떠나올 때 나를 아는 지인들과 공간적 접촉을 줄이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디지털 영역에서 접속을 줄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일종의 단절이다.     


소외! 인간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고, 단절은 소외로 가는 과정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난무하는 디지털 정보와 과잉연결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네게 꼭 필요한 분은 연락이 오리라! 내가 필요한 분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어떻게 라도 연락 가능하지 않을까?

  

새 휴대폰을 마련하고 번호와 필요한 어플을 깔고 세팅하느라고 분주하다. 이 번주는 내가 꼭 필요한 전화번호나 자료를 찾아야겠다. 그리고 차제에 크라우드 사용법을 익혀서 긴요한 정보는 백업해 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겠는데 내 수준에 가능할까?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토인비 박사의 말처럼 도전에 제대로 응전한 문명만이 살아남듯이... 디지털  낙오자가 되지 않으려 눈을 부릅떠야 하나? 아님 아날로그식으로 살며 세상과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어찌할까요? 햄릿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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