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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Apr 13. 2022

리오에 가서 삼바축제를 보았다고?

산 중턱에 거대한 예수 조각상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도시 리오 데 자네이루(Rio De Janeiro)는 포르투갈 말로 ‘1월의 강을 의미한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 탐험대가 기록한 관측자료를 근거로 이 도시 이름이 지어졌다 한다.     

이 리오는 매년 연초가 되면 축제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특히 사순절 전날까지 5일간 열리는 카니발이 그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은 퍼레이드식 경연이 열린다.     


몇 해 전 그곳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2월 하순이라 내일 밤 결승 퍼레이드가 열린다 한다. 거리는 완전 축제 분위기! 거리 곳곳은 관광객들과 축제 복장을 한 사람들로 넘치고, 항구에는 초대형 크루즈선이 가득하다. 대략 보아도 예닐곱 척은 돼 보인다.   

  

여행 출발전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었는데 세계 제일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직접 볼 수 있다니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가! 잔뜩 기대를 하며 도와주는 분에게 안내를 요청하니 표를 사야 한다고, 그런데 표값이 기가 막혀... 제일 좋은 곳은 5만 불, 공연자 얼굴 식별이 안 되는 제일 모퉁이도 300불이 넘는다 한다.      

동반자들과 상의 끝에 쑥스럽지만 요즘 유행하는 비대면 참관 즉 TV로 지켜보기로 했다. 어느 정도 볼만한 좌석을 살 수 있는 몇천 불을 지불할 용기가 없어서였다.       


이윽고 사순절 전날 초저녁부터 거의 모든 TV로 생중계되기 시작하는데 2/4박자의 결렬한 템포의 삼바춤 공연도 한 30분 정도 보는 것이 내 인내의 한계였다. 포르투갈 말을 하는 캐스터의 중계 내용도 전혀 이해가 안 되고 끝도 없이 지나가는 행렬 속의 비슷한 퍼포먼스! 차별성이나 예술성도 이해하지도 못하겠고, 삼바춤이 체질적으로도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이 축제는 18C초에 시작되어 내년이면 300년째 이어진다. 초기에는 반항적 장난질을 하는 형태의 사육제였다가, 중간에 폴카나 왈츠 같은 유로풍의 고상한 가면무도회 중심의 축제로 바꾸었었고 19C후반부터는 삼바춤으로 변경되었으며, 1929년부터는 경연 형태로 진행한다.      


리오 삼바 퍼레이드는 200여 개나 되는 삼바스쿨이 주도하고 있다. 1년 내내 스쿨 별로 교습, 준비하고 예선을 치러서 마지막 날 우승팀을 뽑는다. 브라질 정부는 국민통합(백인, 흑인, 혼혈) 차원에 이 경연을 적극 지원하고 관광 자원화하여 오늘날 세계 최고의 카니발이 되었다.      

예전에는 리우브랑쿠 대로에서 공연이 열렸으나 요즘은 9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삼보드로우라는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데, 마지막 날 결승전은 8팀이 팀별로 3~5천 명이 참여하여 700m 행진로를 따라 60~80분간 공연을 한다.      


관객들은 공연로 양측 스탠드에서 구역별 좌석에서 밤새도록 지켜보며 함께 즐기는 것이다. 좋은 구역(좌석)들은 주로 큰 기업들이 구매하는 데, 제일 좋은 VIP 구역은 암표로 10억 원 정도라 한다. 이 문화를 깊이 이해 못 하는 나로서는 기가 막힐 뿐이다.       


결승공연은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진행된다. 중계방송도, 스탠드의 관객도 밤을 지새우며, 리오를 비롯 브라질 전체 국민들이 사실상 며칠 동안 모든 활동을 중단한 체 뜨거운 삼바 열기에 빠져든다고 한다.      

이 도시에 체류하는 3일 동안 시내 곳곳에서 화려한 복장으로 리허설을 하거나 뒤풀이를 하는 그들은 보면 지치지도 않는지 너무도 즐거워한다. 우리하고 종이 완전 다른 인간들 같다.      


이 축제를 보고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넘쳐 보통 인간들에게 호텔은 언감생심, 그런 연유로 리오 시민들은 이 기간 동안 자기 집을 관광객들에게 비싸게 세를 주고 다른 곳에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 임대수입이 만만치 않아 몇 개월치 생활비가 된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노예상에게 강제로 이곳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힘든 노동, 배고픔을 잊기 위해 노래하며 춤을 추며 시간을 달랬던 삼바가 이제는 브라질리안을 통합시키고 전 세계인들을 움직인다. 문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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