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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Apr 16. 2022

너무도 당당한 뭄바이 꼬마 거지

세계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일까?’는 지극히 주관적인 질문이다. 답변이 중구난방일 수 도 있다. 이 질문과 관련해서 많은 정보가 있지만 나는 특별한 두 멘트를 기억한다. 하나는 마지막 여행지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남겨두라!’는 말이고, 또 하나는 인도가 최고의 인생공부 여행지란 말이다.      


 두 여행지 중 인도에서의 나의 짧은 여행이 긴 여운이 있기에 소개한다. 몇 해 전 아프리카 여행길의 경유지인 뭄바이에서 이틀간 체류하며 겪은 경험이다. 인도 최대 도시 뭄바이는 영국 식민통치시 동인도 회사의 거점으로 오늘날까지 인도 경제의 중심지이다.      


짧은 기간 수박 겉핥기로 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곳은 인도 최고 부자가 사는 저택과 유명한 빨래터 도비가트이다.      


안틸지아라는 이름의 이 저택은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이 혼재된 모습의 큰 건물로 내부에 영화관, 헬기장 등 온갖 시설이 갖추어진 2조 원짜리 빌딩형 건물이며 근무인원 600여 명이나 된다 한다. 한가족 5명이 사는 27층 빌딩이라니 나로선 이해 불가하다. 얼마 전 그 댁 자녀 결혼식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다녀왔다는 뉴스도 보았다.     

한편 뭄바이 명물 도비가트 빨래터는 관광객들이 필수코스다. 모로코의 천연염색장 같이 사진 찍기에는 적절할지 모른다만 카스트 4계급 최하 신분 수드라에도 못 끼는 불가촉 천민들이 끈적끈적한 더위 속에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찹찹한 마음이 든다.      


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서 재미있는 일을 겪었다. 빨래터 전경이 보이는 다리 위에 있는 우리(관광객)를 대상으로 적선을 요구하는 꼬마 거지들 대여섯 명이 끈덕지게 따라온다. 표정도 밝고 아주 당당하게... 사연을 알고 보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꼬마 거지들의 당당한 표정은 그들의 종교 힌두교와 관련이 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그들은 현세에 가난한 자는 내세에서 부자로 태어나며, 부자는 축생이나 가난한 자로 태어나는데 적선 같은 좋은 일을 많이 한 부자는 부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궁금해서 불교의 윤회와 차이를 질문했다. 힌두교의 윤회를 나름 쉽게 설명했지만 불교의 윤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설명을 못한다.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하여튼 그래서 내(꼬마 거지)당신(관광객)에게 '적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돈을 주라!’라고 당당하게 적선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윤회설의 또 다른 긍정효과는 도비가트에 힘들게 일하는 불가촉 천민 같은 가난한 사람들도 그런 내세관을 가지고 다음 생에 부자나 높은 신분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다리며 힘든 현실의 삶을 견뎌내며 산다는 것이다.     


27층 부자와 평생 동안 절대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빨래터의 불가촉 천민들이 같은 도시에 공존하며, 인도 사회가 큰 탈없이 굴러가는 저변에는 힌두교의 윤회설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게 종교의 마력이라 해야 하나?      


그러나 힌두교의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는 인도가 문명사회로의 발전에 암적 요소임은 분명하다. 법률로 규제를 하고 정부에서도 나서고 있지만 신앙의 이름으로 그들 인식을 지배하는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다. 종교란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선악을 권계하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이 종교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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