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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12. 2022

따선생님!

며칠 전에 내게 별명이 생겼다. 아내가 지어주었다. 아내가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나를 놀릴 때 따선생님으로 부른다.   

   

여기서 란 것은 DOUBLE을 의미하며, 공모가의 두배로 자신의 주식을 팔았을 때, 즉 100% 수익을 얻는 경우 공모주 청약을 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더 좋은 말은 ‘따상’이라고, 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뒤 그날 상한가를 달성한 것, 즉 160%의 수익을 얻는 경우에 쓰이는 주식 은어다.      


아내는 내가 최근에 공모주 청약을 해서 2번 연속 100% 이상 수익이 난 걸 빗대어 말한 것이다.

      

사실인즉 지난해 강의를 마치면서 그동안 나름 열심히 살았고 아이들도 독립했으니 더 이상 돈 버는 일에 매달리지 말고 자족하며 소소한데 행복을 구하며 살자고 아내랑 다짐을 하며 속초살이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평생 돈을 벌었었는데 돈을 벌지 않는다는 게 처음이라 무척 어색했었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아내가 공모주 청약을 하자고 하는 것이다. 시누이랑 친한 친구에게 들었다 하며 쏠쏠하게 용돈벌이가 된다는 것이다. 솔깃하기는 했지만 주식에 3번이나 쓰라린 실패 이력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감히 하겠다는 말이 안 나왔다. 곡절 끝에 균등 청약에만 참여하며 용돈이라도 버는 날엔 재미있게  커피도 사먹고 쌀국수도 사먹기로 했다.     

주식이 돈 놓고 돈 먹는 아사리 판이라 공모주 청약도 부자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되어 있었는데 작년 초부터 균등 50% 할당제도가 시행되며 소액 참가자들에게 기회가 조금 더 나아진 탓도 있다. 수십만 원 정도 자금만 있어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워낙 경쟁률이 높아 1~2주 정도밖에 배정이 되지 않는다. 

    

근데 내가 처음 시작한 2건이 좋은 종목이고, 매도할 때도 운이 좋아 둘다 100%가 넘는 좋은 가격으로 팔았다. 그리고 드디어 1월 금년 최대의 공모주인 LG 에너지 솔루션에서는 46만 원의 거금을 손에 넣고 의기양양한 바 가 있다.     


아내가 그걸 보고 샘이 나는지 수시로 따선생이라 놀리며 밥 사라고 압력이다. 은근히 과거 나의 주식 실패를 디스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이런 농담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감사하다.   

    

사실 공모주 청약은 유튜버나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해주는 좋은 회사 청약에만 참가하고 상장 당일 개장하자마자 30분 이내에 매도만 하면 거의 손해를 보지 않은 안전한 주식 제도이다. 그러니 나 같은 주식 잼뱅이도 2회 연타석 안타를 친 거 아닌가? LG 솔루션 까지 포함하면 3 연타석이다!      


공모주 청약은 청약 자료 공부를 통해 기업이나 산업 트렌드도 알게 되어 세상과 단절을 방지하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트레이딩을 하므로 디지털 문맹이 되는 것도 예방하며, 한달에 서너 건씩 청약을 해서 어떤 날은 커피값, 어떤 날은 속초 물회 2인분 정도 벌이를 해서 아내랑 대화나 식사시간을 갖는 등 1석 4조의 생활의 지혜인 것 같아 공모주 청약을 계속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집의 소확행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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