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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an 21. 2022

국립묘지에 부모님을 모실 수 있을까?

이글의 정보가 도움되는 분이 있기를~~

예로부터 사람이 이승으로 오고, 저승으로 가면 큰일이 났다고 했다. 특히 죽음은 더 그렇다.


그래서 예전에는 향리 별로 향약을 정하고 서로 상조하여 장례를 치렀다. 초상이 나면 동네 사람 모두가 장례 기간 내내 함께 모여서 준비하고 슬퍼하고 망자를 보내는 것이 아름다운 우리 민족의 전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과 여건이 많이 달라졌다. 핵가족 시대라서 상주들이 단출하다. 상주 혼자 빈소를 지켜야 하는 상가도 꽤 있다. 상례야 장례지도사의 도움을 받으면 크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장지 선정이 문제다.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다행이나 그게 쉽지 않다. 공원묘지나 납골당도 있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마지막으로 부모님 좋은 곳으로 모셔야 하는 마음 없는 자식 없기에... 혹시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까 해서 소개를 한다.    

 

꽤 오래전 부친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남인 나는 군에서 복무 중이라 정말 당황했다. 고향집에 가서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장례준비를 하고 문상을 받기 시작했지만 7월 하순 삼복더위와도 싸워야 하겠기에 정말 경황없이 큰일을 치렀다. 그래도 외삼촌이 이것저것 코치를 해줘 무난히 장례가 진행되었다.

     

장지 문제는 전혀 생각해둔 곳이 없어 고민하다가 4촌 형님과 상의하여 고향인 영월 봉래산 기슭 큰댁 밭 곁으로 모시기로 하였다. 요즘처럼 구획 정리된 가족묘지는 아니지만 양지바른 곳이고 먼 친척분 몇 분도 이미 모셔져 있었다.      


장례를 마치고 나는 현업에 복귀하여 고향에 다니기는 쉽지 않았고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묘지관리는 자연스레 어머니의 몫이 되었다. 가끔 고향에 다녀올 때마다 말씀은 안 하시는 데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죄송스러웠다. 농협에 묘지 위탁관리 이야기를 해 드려도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  

    

어느 날 우연히 국립호국원에 참전군인이 안장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친은 군에 안 가시고 경찰이셨기에 대상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전에 부친께서 하신 ‘6.25 동란 때 대구까지 후퇴해서 팔공산에서 며칠간 내내 진지만 팠고 전투는 못했다란 말씀이 불현득 생각이 나서 혹시나 하고 호국원에 확인해보니 참전한 군인뿐만 아니라 경찰도 가능하다고 했다.     

강원도경 민원실에 연락을 해서 전시에 복무한 기록을 확인하였다. 그걸 가지고 국립묘지 안장신청을 하고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를 이천 국립호국원 12번 묘역으로 모셨다. 어머니가 너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잘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추석 전 벌초는 물론, 뽑아도 뽑아도 박멸을 못하는 묘지 잡초제거 걱정도 없다. 성묘 때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호국원에 안장하는데 비용도 전혀 들지 않았다. 자식들을 대신해 국가가 조상의 묘지를 관리를 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그 뒤로 나는 지인의 부고를 받고 문상을 가서 상주를 편히 접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꼭 물어본다. 혹시 고인께서 6.25 전쟁 때 군인이거나 경찰이셨나 아니면 월남에 파병되셨나를..... 성과도 있었다. 군인이던 동료와 고등학교 여동창생의 부친이 참전군인이었는데 이 사실을 모르고 일반 납골당에 모실 계획이었다. 내 정보를 듣고 부랴부랴 장례 계획을 바꿨다 한다. 그 뒤 두 친구는 나를 만날 때마다 두고두고 고맙다고 한다.

     

현재 국립호국원은 영천, 이천, 임실, 괴산, 산청, 제주 등 6곳인데 향후 강원도에도 한 곳이  더 조성(‘28년 예정)된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분포되었으니 성묘하기도 좋다. 참전 군경이나, 10년 이상 군 복무를 하신 분과 배우자는 안장이 가능하니 가까운 분들과 좋은 정보 공유하길 바란다.    

  

학도병과 종군기자도 가능하다는 말도 있다. 정확한 안장대상은 국가보훈처 홈페이지 또는 민원실에서 확인 가능하고, 병적은 군인의 경우는 각군 본부, 경찰은 지방경찰청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기존 묘지에서 이장도 가능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고귀하신 임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란 호국원의 추모글귀가 뿌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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