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TV 방송을 잘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유튜브 시청시간이 더 길다. 그래도 아내와 교감을 위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은 KBS의 ‘아침마당’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편안한 내용이라 꾸준히 본다. 저녁 8시 30분 연속극도 간간히 보긴 한다.
그런데 지난 주말 무료한 시간을 죽이려고 네플릭스를 검색을 하다가 전에 인상 깊게 보았던 TV 프로그램이 생각나 유튜브로 찾아보았다. 잘 있었다.화질도 깨끗하다. 6편짜리 제법 긴 작품인데 반가워서 네플릭스를 포기하고 하루 내내 다시 한번 보았다. 그건 KBS 다큐 ‘차마고도’란 작품이었다.
티베트를 중심으로 히말라야 산맥 고산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단한 삶과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최불암씨의 구수한 해설도 편하고...
작품 구성은 제1편 마지막 마방, 제2편 순례의 길, 제3편 생명의 차, 제4편 천년 염정, 제5편 히말라야 카라반, 제6편 신비의 구게 왕국이다.긴 시간 두 번을 보아도 여운이 남는 명작이었다. BBC나 National Geographic만 저런 것 만드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 방송에서도 만들었구나 하며 뿌듯하기도 했다.
여기서 ‘차마고도(茶馬古道)’란 티베트 사람들이 중국 원남지역과 차와 말을 교역하며 다니던 옛길을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험한 교역로다. 5,000여 km나 되며 실크로드보다 200년이나 앞섰다 한다.
이 프로를 보며 감탄한 건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더 궁금한 건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습이었다. 경이롭고 안타까움을 느꼈던 장면들이 기억난다.
연로한 할아버지와 손자(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된 학생)가 2주간 사투 끝에 험난한 계곡을 통과해 학교로 가는 여정, 가장 역할을 하며 가혹한 염전 일을 하던 젊은 여성의 결혼(데릴사위 남편을 들임), 두 형제가 한 여자와 함께 사는 형제일처혼의 결혼 풍습 등등 모두 우리로선 이해 불가한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삶의 방법은 거칠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긴요한 생필품(보이차, 소금, 말, 곡식 등)을 서로 교환하기 위해 그들은 목숨을 건 여정을 천년이나 지속하고 있으며 형제일체혼 같이 우리로선 이해 안 될 관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고단한 삶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족이 그 힘의 원천일까? 가족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모두 다 납득이 안 되는 것 같다. 무엇이 또 있을까? 인간의 생존본능 아닐까? 전문적 내용이라 뭐라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19년에 개봉되어 관객 동원은 실패했지만 마니아나 평론가들이 후하게 인정했던 영화 ’ 아틱‘에서 매즈 미캘슨이 보여주었던 그런 인간의 본능적 의지가 이들을 척박한 곳에서 고단한 삶을 계속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들은 왜 살기 힘든 이곳에서 계속 사는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가지 않고? 법으로 제한도 없고, 관습이 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곳에서 감내한 고통과 인내심이라면 어디라도 새로이 적응할 수 있을 텐데... 익숙함에 익숙한 것, 즉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감? 아니면 외부와 소통이 제한되는 문화의 취약점일까? 하여튼 그것도 궁금하다. 아니면 저들은 자연의 거친 도전에 잘 대응하며 저들의 문화를 지키며 잘 살아가는 문명일까? 인류학이나 사회학을 연구하신 분들이 연구할 몫인 것 같다.
하여튼 예사롭지 않고 미스터리한 그들의 삶이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히말라야 트래킹을 도전해 아름다운 풍광을 내 눈으로 실감하고 그들의 삶에 대해 좀 더 가까이 가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야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