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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an 13. 2022

마추픽추에 가보고 너무 화가 났다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남미를 여행하기는 쉽지 않으나 몇 해 전 큰맘 먹고 다녀왔다. 이과수, 우유니, 마추픽추 3HOT SPOT이 포함된 여정으로 비행기를 17번이나 갈아탔다. 힘들었지만 인상적인 여행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생생히 떠오르는 마추픽추에서 안타까운 기억을 더듬어 본다.      


페루에서 일정은 수도 리마를 잠시 돌아보고, 고도 쿠스코를 탐방한 뒤 마추픽추를 다녀오는 코스였다.


쿠스코에서는 잉카제국의 영화를 조금 느꼈으나 그리 흥분되지는 않았다. 마추픽추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마추픽추행 열차를 타고 안데스 고산 빙벽의 풍광을 감상하여 계곡여행을 즐기다 보니 마추픽추 역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 가볍게 성채가 있는 산으로 향했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     

일월오봉도(조선의 궁궐 어좌 뒤의 그림)의 산처럼 넉넉하게 생긴 산을 뒷배로 황홀하게 펼쳐진 마추픽추의 전경이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인간들의 만든 문명의 흔적이 거대한 자연과 어울려 뿜어 나오는 장엄함에 관광객들 모두 정신이 없다. 가이드로부터 신전, 공회당, 거처, 수로, 농토, 장례식장과 무덤 등 유적과 잉카문명의 위대함을 조목조목 설명 들었다.      


그런데 나는 흥분이 가라앉자 가이드의 설명과 현장의 유적에 궁금증이 생겼다. 안보분야에 오래 일했던 나의 직업 근성이랄까!      


이 제국은 생존을 위한 준비가 잘된 나라였을까? 글쎄 아닌 것 같다! 그 문제의 핵심은 그들의 생활터전이요 힘의 중심인 성채의 위치였다.


 쿠스코에서는 못 느꼈는 데 출발한 뒤 중간에 두 군데 들리면서 조금 의문이 들었고, 마추픽추에서는 확실히 느낌이 왔다. 그것은 잉카들의 신앙 즉 신념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태양신의 숭배했. 이른 아침 첫 햇살의 정기를 받으면 번성한다는 믿음에 높은 곳으로 오르고 올랐다. 그리고 그곳에 성전을 짓고 성채를 쌓고 사람들이 모여 산 것이다.


그 결과 안데스 준령 고지 꼭대기에 잉카가 만들어진 것이다.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국가 생존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졸열하기 그지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장점도 있다. 외부로부터 경계가 수월하고 성채 단위로 방어가 수월하다. 그러나 결정적 단점들이 너무 많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생업활동 어려움이다. 고지라 농사짓기가 어렵고, 수확량이 적으며 생산되는 작물도 귀리 옥수수 등 조악한 품목이고, 물산이 부족하여 주민 생활이 열악하고, 영양부족으로 발육이 부진하고 사람들의 체격이 작다.      


두 번째는 더 중요한 문제인데 교통이 열악하고 외부와 단절이다. 산악 고지라 인력이 외에 교통수단 활용 제한되고, 물산 유통이 안된다. 다른 집단이나 문명으로부터 소외되고 사회가 정체되고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천연두와 같은 외부유입 전염병에 대해 면역력이 없어 감염시 치명적 피해가 난다.      


그 결과 600명밖에 안 되는 깡패같은 스페인 군대에게 200만 잉카 대제국이 단숨에 꺾였고 황제는 능욕을 당하며 죽임을 당했다.


이런 잉카들의 정서를 잘 담은 유명한 노래가 사이먼 앤 카펑클이 부른 ‘EL Condor Pasa(철새는 날아가고)’가 있다.


다만 철새는 날아가고’의 가사는 페루 민요 원곡과 상당히 다르다. 원곡의 가사에서는 그들의 슬픔과 운명이 느껴지고 전통악기인 케냐와 삼포냐 연주 소리는 처연하게 들린다.     


, 하늘의 주인이신 전능한 콘도르여,

우리를 안데스 산맥의 고향으로 데려가 주오.

잉카 동포들과 함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가장 간절히 바람입니다, 전능하신 콘도르여.

잉카의 쿠스코 광장에서 나를 기다려 주오.

우리가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거닐 수 있게 해 주오.     


나라나 조직의 흥망성쇠에 여러 요인이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제일 중요하다. 작은 가정 역시 그렇다. 그리고 소통을 친구 삼은 조직은 흥하고 폐쇄된 조직은 망한다. 개방한국과 폐쇄북한의 결과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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