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냇물 Jan 19. 2022

찔레꽃 사연, 화냥년 유래

초여름에 야산이나 들가에 소담하게 피는 '레꽃'과 여자에게 대표적인 쌍욕인 '화냥년'! 상관없어 보이나 슬픈 사연으로 얽혀있는 두 단어다.     

 

화냥년은 '정조관념이 없이'서방질하는 천한 여자’란 의미로 욕설스러운 호칭이다. 중국에 공녀(貢女, 공물로 바쳐지는 여자)로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를 의미하는 환향녀(還鄕女) 그 어원이다.

 

공녀란 몽고의 고려 침략 후부터 조선 중엽 병자호란 때까지 패전의 대가로, 속국의 의무로 중국으로 끌려간 수많은 조선의 젊은 여성들을 말한다. 기록에 보이는 것만 해도 20만 명이 넘는. 50여만 명이란 설도 있다.


왕가나 양반가는 물론 여염집 아녀자까지 대상이 되었으며 이를 피하고자 조혼, 즉 일찍 혼인하는 풍습이 생겨났고, 차출을 해야 할 조정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혼령을 내리기도 했다.  


끌려간 조선의 여인들은 지배층의 배우자가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궁궐이나 귀족의 집에서 첩살이나 허드레 일을 하며 살았고 일부는 유곽에 팔려나가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였다.      


젊은 여자가 없는 사회는 불안하고 흔들린다. 그래서 조선 조정에서는 중국에 통사정을 해서 일부가 돌아왔다. 환향녀란 호칭은 조선 중기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서 끌려간 공녀들이 돌아온 후 이들에게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 민족의 수난의 역사가 담긴 부끄러운 말이기도 하다.


그들은 입국한 뒤 홍제천에서 목욕을 하였다. 그러면 나라가 으로 처녀(?)로 공인해 주었다고 한다. 적령기의 여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부감을 없애기 위한 방편이라 하나 얼마나 기가 찬 일인가!


그 당시 소위 선진국인 중국 생활에 적응되었던 환향녀들은 행실이 좋지 않은 여자들이 꽤 많았고, 유림에서는 그녀들을 정조를 잃은 여자로 사람 취급을 안 했다. 화냥년이란 욕된 말에는 그런 의미가 들어있다.   

  

그러나 그 여자들을 누가 만들었는가? 조선의 남자들이 무능하고 힘이 없어서 국토가 유린당하고 여자들을 빼앗긴 것 아닌가? 그래서 그녀들이 모진 고통을 받게 한 것 아닌가?  '지못미'는 못할 망정  그녀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화냥년은 조선의 남자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다.      


한편 찔레꽃에는 시리도록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 찔레라는 어린 처녀가 공녀로 끌려간 뒤 10년 만에 고향을 찾아 부모와 동생을 찾다가 숨진 자리에 피었다는 꽃이 찔레꽃이란 설도 있고,


공녀들이 중국으로 끌려갈 때 허기진 배고픔을 잊기 위해 찔레꽃 새순을 따먹고 이국에서 고향의 부모를 그리며 울었다는 설도 있다. 하여튼 구전되는 두 설 모두 공통적으로 환향녀와 관련된 슬픈 역사의 흔적이다.


야산이나 동네 어귀에 수줍게 피는 이 찔레꽃은 한국적 정서가 듬뿍 느껴지는 꽃이며, 찔레꽃 노래의 가사는 조금씩 다르나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전한다.


1942년 원로가수 백난아 님이 불러 공전의 히트를 했던 '남쪽나라 바다 멀리~'로 시작되는 찔레꽃 노래는 갤럽조사 결과 KBS 가요무대에 가장 많이 불려진 노래라 한다. 여러 찔레꽃 노래의 주제는 공히 고향의 부모형제를 그리는 내용이다.


또한 많은 시인들이 찔레꽃 시를 썼다. 확인된 것만 해도 70여 명이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 한 번씩 불렀던 슬프고 정겨운 동요로도 전한다. 아래의 '찔레꽃'노래는  '고향의 봄'의 작사가 이원수 님의 시를 노랫말로 쓴 동요로 많은 가수들이 애절하게 불렀고 우리들도 불렀던 노래다.


    《찔레꽃

엄마 일 가는 길가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하나씩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찔레꽃과 화냥년! 이 두 사연은 처연하고 분하다. 지금이야 남녀공히 국방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고, 여자를 보호하는 것은 남자의 핵심적 사명 아닐까? 다시 반복되기 싫은 역사의 뒤안길을 반추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대청황제공덕비를 남한산성으로 옮기면 어떨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