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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an 17. 2022

대청황제공덕비를 남한산성으로 옮기면 어떨까?

2017년 개봉된 이병연과 김윤석이 주연한 블록버스터급 영화 병자호란은 관객 3,849,129명을 동원하였다. 손익분기점인 500만 명을 넘지 못했다. 시나리오도 탄탄했고 연기도 수준급이었는데...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47일을 버티던 조선왕 인조는 송파나루에 청 태종을 칭송하는 공덕비를 세우고 삼배구고두의 치욕적인 항복 의식을 하였다. 중국어와 만주어로 쓰인 그 비석은 지금 석촌호수 부근에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서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석촌 호숫길을 걷지만 찾는 이가 없다. 비석의 존재조차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한편 병자호란 격전의 현장인 남한산성에도 수많은 등산객, 아베크족이 산성의 맑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고 운동을 하러 다녀간다. 수어장대(守禦將臺=왕을 지키는 장군의 지휘소란 의미) 가는 길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코스다. 거기서도 수난의 역사에 대한 관심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청황제공덕비와 남한산성은 자연스럽게 국민 안보의식을 고취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유적인데 정부나 지자체의 기획력 부족으로 방기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와 비교될만한 유적이 이스라엘의 마사다 요새다.     


로마군의 침략에 대항해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요새가 함락당하기 직전에 성내에서 저항하던 1,000여 명의 유대인들이 스스로 자결한 사건(10명 단위로 제비뽑기를 하여 제비를 뽑은 자가 다른 9명을 살해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대민족의 저항정신을 상징하는 곳으로 이스라엘 장교들의 임관선서도 여기서 하고 모든 국민들이 엄숙한 마음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케이블카를 외면하고 험한 절벽 길을 오르는 수많은 그 나라 어린이와 노인들이 모습들을 보았다. 정말 국민 안보유적지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유태인 학살을 추념하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외국의 국빈들이 잊지 않고 찾는 곳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역사의 교훈에 너무 무관심하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수난을 그리도 많이 겪었던 민족치고 너무도 태연하고 무책임하다. 우리의 위정자들은 무능했고, 민초들은 항상 외침을 당해 국토가 유린된 뒤 뒤늦게 민병 형태로 저항을 하곤 했다. 이런 쓰라린 역사가 반복되면 안 된다.


남한산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며 여러 번 다녀왔다. 산성역에 내려서 40분쯤 걸으면 남문에 도착한다. 남한산성은 서울 도심권에 살면서 스모그를 마시지 않고 맑은 공기 속에 가벼운 산행을 하거나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계절 가리지 않고 수도권의 수많은 시민들이 다녀간다.


산성에는 왕의 임시 궁궐인 행궁도 있고, 수어장대를 비롯 연무관, 사찰 등 역사의 유적이 꽤 있지만 hot spot이 안 보인다. 마사다요새와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같은....


차제에 대청황제공덕비를 남한산성 내로 옮기면 어떨까? 어차피 현재의 장소는 최초 설치된 위치가 아니라 사적 의미는 없다.


그래 치욕의 역사를 상기할 수 있는 상징물임을 내방객에게 각인시켜고  홀로코스트 기념관과 같은 '국난기념관'을 함께 만들어 산성을 찾는 많은 국민들이 보고 느끼게 하면 어떨까? 이제는 이 나라가 지킬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가 아닐까? 


호란에서 패전 후 주전파 우두머리였던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 역할)이 청나라로 잡혀갈 때 한양을 떠나며 읊은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를 답답해서 읊조려 본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쟈 하랴마난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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