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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Jan 15. 2022

나의 군대축구 이야기

군대 가서 축구한 이야기는 남 앞에서 하지 마라! 특히 여성 앞에서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여러 선현들의 충고에도 무릅쓰고 나의 군대생활 축구 이야기를 하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나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골목축구로 데뷔했다. 동네 전빵 유리창도 깨면서 실력을 배양했고 윗동네 원정을 해서 만화책 내기 경기에도 출전한 적도 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반대표로 학급대항 경기에 출전해서 골도 넣었다. 그리곤 공부에 매진한 것은 아니지만 축구뜸했다. 그때 내 인생살이가 그리 한적하지는 않았나 보다!     


하여튼 각설하고 본격적인 내 축구역사는 군대에서 이루어졌다. 체격도 그리 크지 않고  빠르지도 않은지라 애당초 선수 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하여튼 축구를 좋아해 기회가 있으면 축구판에 기웃거린 덕분 아닌가 생각된다.     


수도권 부대에서 근무할 때다. 거기서 월수금 새벽 6시에 부대별 조기축구가 있는데 상금은 없지만 자존심이 걸려있고 특히 높은 분이 이 축구리그에 관심이 있는지라 치열했다. 어느 날 전날  잔뜩 과음을 하고 피곤한 상태로 새벽 운동장에 나가서 경기에 출전하였는데 5분도 안돼서 뒤통수에 하는 소리와 뜨거움을 느꼈다. ’ 아이코! 뭔가 일이 생겼구나!  

   

출근해서 군 병원에 가보니 군의관 왈 '인대가 늘어났으니 반깁스하고 2~3주 있으면 된다' 기에 안도의 한숨을 짓고 돌아왔다. 그런데 한 달이 돼도 차도가 없었다. 우리 팀 에이스(?)가 빠졌다고 걱정들인데...마침 체육학을 전공한 선배가 내 인대를 만져보더니 빨리 큰 병원에 가서 검사 받아보라고 한다. 확인했더니 담당의사가 왼쪽 아킬레스가 파열되었고 상태가 좋지 않으니 바로 수술을 하자고 했다. 기대 반 걱정 반 속에 수술을 하고 12주 만에 깁스를 풀었다.    

  

그리곤 세월이 지나 2년 정도 되니 다시 발목 상태가 좋아졌다. 또다시 용감하게 Military 축구계로 복귀했다. 그때 내가 왼발 슛을 할 수 있고 헤딩할 때 눈을 감지 않는다는 대단한(?)  사실을 알았다. 이제는 바뀌는 부대마다 축구 유니폼이 생겨났고 축구화도 몇 번이나 샀다.

   

세월이 좀 지난뒤 계룡대에서 일할 때 또 문제가 생겼. 그곳의 참모부 별 체육대회는 꽤 유명하며 축구가 역시 대표 종목이었다. 거기에도 선발되어 출전했다. 첫 게임에서 내가 어시스트한 이 결승골이 되어서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1박 2일 짧은 경기일정이라 다음날 아침 9시에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11중순치고 유난히 아침 날씨가 추웠다. 여기서도 경기가 시작되고 10분이 되지 않아 내 뒤통수에서 '딱'하는 소리와 뜨거움을 느꼈다.


직감적으로 또 터졌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병원에 가니 오른쪽 아킬레스 파열이 확인되었고 입원, 수술, 12주의 깁스생활을 다시 하였다. 양쪽 아킬레스가 모두 끊어진 상이군인이 된 것이다. 사실 오래전에는 아킬레스 파열이면 제대사유인데 의술 덕분에 군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했.      


2년 후 나는 다시 용감하게 연병장에 섰다. 몸놀림도 둔해졌고 Kick력도 훨씬 줄었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았다. 열심히 했지만 세월 앞에 장사가 없는 가 보다. 그래도 운동 마치고 함께 땀 흘린 전우들과 막걸리 한잔하는 맛에 계속하였다. 


하루는 드리블 도중 삐꺽해서 운동을 마치고 부대 밖 한방병원에 갔더니 한의사 왈 ’ 평생 불구자로 사시려면 축구를 계속하세요!‘라는 경고를 받고 좋아하는 축구를 멈추어야 했다. 아쉽지만 축구계에서 은퇴할 시점이 된 것이다. 그 뒤론 축구화를 신고 연병장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제 신발장에 축구화가 안 보인다! 그러나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나의 분신 손흥민을 통하여 오늘도 나의 꿈을 향한 질주를 할 수 있기에~~~


나의 축구이야기를 마치며 두 번의 수술 후 병원생활할 때 아이들 돌보면서 인대에 좋다는 도가니탕 끌여서 병수발 해준 아내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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