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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20. 2022

동명동 성당에 가면 속초가 보인다

나는 단골 산책로인 영랑호를 돌아보고 귀가 길은 이리저리 바꾼. 주로 바닷가 길로 이용하지만 종종 정든식당 길이나 문화예술회관 길로도 꽤 다닌다.


그제는 법원 앞을 지나다 도로를 건너 맞은편 언덕배기로 향했다. 대기에는 속초 감리 교회가 요란하게 리모델링 중이었고 동명동 성당이 단아하게 자리 잡고있다.      


성당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 순백색의 작고 아름다운 외관뿐만 아니라 건립 사연도 의미가 있다. 피난민 보호를 위해 한국전쟁 중 국내에서 건축돼 유일한 성당이다(1952).     

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니 수녀님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본당으로 들어오라는데 사양을 하고 성당  조망대에서 시내를 살펴보았다. 한눈에 속초시내와 앞바다가 들어온다.   

  

속초는 동명항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작은 도시다. 전쟁 피난민이 청호동 지역에 거주하며 급격히 커져 양양으로부터 분리되며 도시화가 되기 시작했다.    

  

동명동 부근에 행정기관들이 집중되어 있고, 청호동 정착한 주민들이 생업을 위해 중앙시장에 오가려면 청초호를 돌아오는 불편함을 없애려 갯배가 생겨났으며, 동명동 쪽 구도심이 좁고 개발이 어렵자 조양동 부근에 서울의 강남 같은 주거중심 아파트들이 개발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속초는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바다,산,호수)과 수도권과 고속도로, KTX, 전철 등의 쾌속 교통망이 연결되어 수많은 관광객들과 여유로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광받고 있다. 덕분에 최신식 아파트와 전원주택, 도시형 생활시설 건설 등 부동산 붐도 불고 있다.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초고층 건물들이 시내 곳곳에 건설되며 조망권 분쟁, 건설소음, 환경오염, 교통 체증 등 불편이 노정되고 있다. 당장 동명동 성당과 속초 감리교회 바로 곁에도 대형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다.      

속초의 성장과 발전을 온몸으로 지켜보던 이 터전도 그 폐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성장통이야 없는 곳이 없겠지만 물질적 가치에 몰입되어 우리가 향유하는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가 작지만 강한 나라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것은 경제나 과학기술 발전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문화 선진국이라는 점이 더 어필되고 있다. 정주권 문화를 계승 발전시켰던 우리 민족의 매력을 세계인들이 알아차린 것이다.    

  

강원도 북단의 아름다운 속초도 마찬가지다. 갯배와 중앙시장에 왜 사람들이 모이는가? 멋진 동해 바다 뷰를 가진 아파트도 중요하지만 자연친화적 환경, 사람 냄새나는 곳,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적이 넘치는 곳이 매력도시가 아닐까? 영랑호, 갯배, 동명동 성당이 속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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