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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23. 2022

양양 맨 남쪽 끄트머리 남애항

양양 남애항에 다녀왔다. 남애(南涯)는 남쪽 끄트머리란 의미를 가졌다. 그래서 남애항이 양양의 맨 남쪽에 위치한 항구인가 보다.


삼척 초곡항, 강릉 심곡항과 함께 강원도 3대 미항이라고 하며, 동해시 추암과 함께 동해안 최고의 일출 명소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가는 날 아침 날씨가 영하 10도가 되고 바람이 불며 파도가 높다고 예보된 날씨였다. 요즘 겨울옷은 방한성이 워낙 좋은지라 걱정이 안 됐으나 남애 1리 해수욕장 초입부터 바람이 만만치는 않다. 남애리에 세 곳의 해수욕장 중 제일 작은 아담한 해변이다.


찬바람 부는 정오가 안 된 시각이라서인지 인적이 드물다. 남애항을 끼고돌아 방파제 초입에 차를 대고 전망대로 올라갔다.      

전망대는 투명 유리 바닥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게 만든 유명한 일출장소인데 찬바람에 설렁설렁 주변을 둘러보고 고래 카페로 몸을 피한다.     


남애항 방파제에 지어진 3층 건물 맨 꼭대기에 위치한 고래 카페는 영화고래사냥촬영지 핑계로 상호를 따온 듯한 데 선머스마가 끓여낸 커피가 제법이다.


커피 두 잔을 시켜놓고 카페를 전세 낸 모양 진을 치고 앉아 겨울 파도 감상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날씨 예보에 파고가 4m라 했는데 훨씬 더 높은 것 같다. 특히 파도치는 바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는 일어설 줄 모른다.      


항내에는 파도를 피해 가지런히 정박된 어선들이 여러 척이 보이고 파도가 한결 부드럽다. 전망대 주변 암석지대와 방파제로 휘몰아치는 파도는 거칠고 남성스러우나 내항의 파도는 한결 부드럽고 여성스럽다.      


고대 중국 시인 조식이 미인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로 파도를 묘사한 능파(凌波)가 이런 것 아닐까? 그럼 그 옛날 미인들도 다이어트를 했을까? 능파를 하려면 몸이 가벼워야 할 텐데...      


대구는 주로 남해안에서 잡히지만 수온의 변화로 동해안에서도 잡히기 시작한다. 남애항은 이 부근에서 대구잡이로 알려진 항구이기도 하다. 입이 커서 대구라고 불리며 양반 고기로 알려진 대구는 귀한 어종이다.  

  

어판장에 가도 귀족 대우를 받으며, 머리, 아가미, 뽈살, , 내장, , 정소까지 아낌없이 인간들에게 주는 고마운 고기다. 요리도 해장탕이나 매운탕, 대구전, 알 전골, 뽈찜 등 다양하며 김치나 깍두기 담는 고급 재료로 쓰이는 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대구잡이는 이곳 어부들의 짭짤한 수입원이다. 앞바다에서 외줄낚시로 하루에 40마리까지 잡았다는 어부의 말도 있다. 믿어야 할지... 그 정도면 요즘 가격으로는 초임 직원 한 달치 봉급 수준이다... 하기야 허탕을 치거나 1~2마리 잡는 날도 많다고 한다.      

겨울이 제철인 대구! 미끼도 끼지 않는 대구잡이 고패질(낚싯줄을 반복적으로 감고 푸는 행위)이 그리 어렵지도 않아 보이는 데 한번 도전해볼까? 아내에겐 말도 못 꺼내고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추운 날씨였지만 양양군의 남쪽 끝머리에 항아리처럼 움푹 펜 모습으로 자리 앉았다.  아담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애항! 돌아보기를 잘했다. 탄력 붙은 우리집 속초살이! 보고 느끼는 것이 남는 것이다. 지리로 먹어도 좋고 매운탕으로도 좋은 시원한 대구탕이 자꾸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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