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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24. 2022

갯배 타러 가는 길

속초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쌓아 주는 아바이 마을과 갯배는 6.25 전쟁 1.4 후퇴 시 국군과 함께 북한에서 피난을 온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의 애환이 서린 삶의 흔적들이다.


그 갯배 선착장에서 속초의 HOT PLACE 중 하나인 속초 중앙시장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 거리라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우연히 이곳을 여행하다가 매력에 끌려 속초살이를 결심한 우리 부부는 아바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시장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나의 최애 장소는 영랑호다. 그러나 외부에서 지인이 방문하면 함께 아바이 마을을 돌아보고 갯배로 돌아온 뒤 중앙시장에 들러 젓갈이나 반건조 생선을 사곤 한다. 딸네들은 닭강정에 꽂혔는지 거기를 들리자고 한다. 하여튼 추억의 갯배 선착장으로 오가는 길은 정겹다. 오늘도 그 길을 걸어본다.     


집을 나서자마자 원래 청초호 갯터짐이 있었던 수로변의 길을 들어선다. 갯냄새가 확 느껴진다. 새벽 출항을 하여 속초 앞바다에서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리고 갓 입항한 연안자망 어선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막 들어온 한 배에서 어부가 잡아온 고기를 내린다.      


김장 담글 때 쓰는 큰 플라스틱 용기에 가자미가 가득 찼다. 정리가 덜된 그물에도 고기들이 보이는데 도루묵인 것 같다. 이만하면 만선인가? 두꺼운 우의를 입은 나이 든 어부가 선장실에서 간이화로를 꺼내온다. 아직 새벽 바다가 추웠던 것 같다. 수입이야 좀 있었겠지만 피곤해 보이는 그를 보노라니 마음이 싸하다. 그물정리 등 뒤치다꺼리도 한나절이 걸릴 일이던데...       

 

갯배 선착장까지는 구시가지라 바다와 좁은 길을 두고 식당, 작업장, 주차장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맛집이 두어 집 보인다. 물곰탕으로 유명한 별주부네 식당은 생선 건조에 열심이다. 가자미가 제일 많고 양반 고기 대구도 보인다. 명태 대가리, 도치, 오징어, 도루묵 등등 온갖 생선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바닷바람에 꾸득꾸득해지면 이게 이 집 무기가 될 것이다.     


선착장에 가기 직전 88생선구이집이 보인다. 이층 건물이 부족해 앞집 두 건물을 더 확장해 장사를 한다. 집 앞 도로변에서 구이용 숯불을 지피는 직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한번 들어가 맛을 보고 싶은데 아내가 허락을 안 한다. 직화구이가 맛은 있지만 건강에 좋지 않타나. 하여튼 이렇게 산다.     

 

이윽고 다다른 선착장엔 검은색 롱 패딩을 입은 전사들 여러 명이 이미 진을 치고 있다. 아바이 마을을 정복하러 가는 전함인 갯배를 탈 기세다. 그들과 함께 갯배에 오른다. 다들 엔진, , 뱃줄이 없는 멍텅구리 같은 갯배를 신기해하며 배를 움직이는 뱃사공을 바라만 본다.      

속초시민이라 거금 500원의 뱃삯을 내지 않는 내가 사공을 돕는다. 갈고리를 걸고 반대방향으로 걸어만 가면 되는 일이다. 구경을 하던 롱 패딩 전사 한 명이 동참을 한다. 다들 신기해하며 할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배는 벌써 아바이 마을 쪽 선착장에 도착한다.     

 

우르르 내려 은서네 집을 찾고, 단천식당에 가서 순댓국을 먹고 해변을 돌고 돌아올 것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야간 불꽃놀이도 하고.. 전쟁 중 고향을 그리며 임시로 판잣집을 짓고 고단하게 살았던 그들의 애환을 이들이 어찌 느낄 수 있으리!      

쥐구멍에 볓들날’ 있듯이 속초관광의 HOT PLACE가 된 이곳! 그분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도 있고, ‘전화위복도 있으며 과유불급도 있다. 알 수 없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인생이기에...하여튼 속초는 흐른다! 인생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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