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쌓아 주는 아바이 마을과 갯배는 6.25 전쟁 1.4 후퇴 시 국군과 함께 북한에서 피난을 온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의 애환이 서린 삶의 흔적들이다.
그 갯배 선착장에서 속초의 HOT PLACE 중 하나인 속초 중앙시장까지는 걸어서 3분 정도 거리라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사람들로 붐빈다.
우연히 이곳을 여행하다가 매력에 끌려 속초살이를 결심한 우리 부부는 아바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시장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나의 최애 장소는 영랑호다. 그러나 외부에서 지인이 방문하면 함께 아바이 마을을 돌아보고 갯배로 돌아온 뒤 중앙시장에 들러 젓갈이나 반건조 생선을 사곤 한다. 딸네들은 닭강정에 꽂혔는지 거기를 들리자고 한다. 하여튼 추억의 갯배 선착장으로 오가는 길은 정겹다. 오늘도 그 길을 걸어본다.
집을 나서자마자 원래 청초호 갯터짐이 있었던 수로변의 길을 들어선다.갯냄새가 확 느껴진다. 새벽 출항을 하여 속초 앞바다에서 쳐놓은 그물을 건져 올리고 갓 입항한 연안자망 어선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막 들어온 한 배에서 어부가 잡아온 고기를 내린다.
김장 담글 때 쓰는 큰 플라스틱 용기에 가자미가 가득 찼다. 정리가 덜된 그물에도 고기들이 보이는데 도루묵인 것 같다. 이만하면 만선인가? 두꺼운 우의를 입은 나이 든 어부가 선장실에서 간이화로를 꺼내온다. 아직 새벽 바다가 추웠던 것 같다. 수입이야 좀 있었겠지만 피곤해 보이는 그를 보노라니 마음이 싸하다. 그물정리 등 뒤치다꺼리도 한나절이 걸릴 일이던데...
갯배 선착장까지는 구시가지라 바다와 좁은 길을 두고 식당, 작업장, 주차장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맛집이 두어 집 보인다. 물곰탕으로 유명한 별주부네 식당은 생선 건조에 열심이다. 가자미가 제일 많고 양반 고기 대구도 보인다. 명태 대가리,도치, 오징어, 도루묵 등등 온갖 생선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바닷바람에 꾸득꾸득해지면 이게 이 집 무기가 될 것이다.
선착장에 가기 직전 88생선구이집이 보인다. 이층 건물이 부족해 앞집 두 건물을 더 확장해 장사를 한다. 집 앞 도로변에서 구이용 숯불을 지피는 직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한번 들어가 맛을 보고 싶은데 아내가 허락을 안 한다.직화구이가 맛은 있지만 건강에 좋지 않타나. 하여튼 이렇게 산다.
이윽고 다다른 선착장엔 검은색 롱 패딩을 입은 전사들 여러 명이 이미 진을 치고 있다. 아바이 마을을 정복하러 가는 전함인 갯배를 탈 기세다. 그들과 함께 갯배에 오른다. 다들 엔진, 노, 뱃줄이 없는 멍텅구리 같은 갯배를 신기해하며 배를 움직이는 뱃사공을 바라만 본다.
속초시민이라 거금 500원의 뱃삯을 내지 않는 내가 사공을 돕는다. 갈고리를 걸고 반대방향으로 걸어만 가면 되는 일이다. 구경을 하던 롱 패딩 전사 한 명이 동참을 한다. 다들 신기해하며 할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배는 벌써 아바이 마을 쪽 선착장에 도착한다.
우르르 내려 은서네 집을 찾고, 단천식당에 가서 순댓국을 먹고 해변을 돌고 돌아올 것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야간 불꽃놀이도 하고.. 전쟁 중 고향을 그리며 임시로 판잣집을 짓고 고단하게 살았던 그들의 애환을 이들이 어찌 느낄 수 있으리!
‘쥐구멍에 볓들날’있듯이 속초관광의 HOT PLACE가 된 이곳! 그분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도 있고, ‘전화위복’도 있으며 ‘과유불급’도 있다. 알 수 없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지지고 볶고 사는 게 인생이기에...하여튼 속초는 흐른다!인생도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