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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17. 2022

아바이 마을

속초 하면 쉽게 연상되는 곳은 설악산, 중앙시장, 아바이 마을등을 꼽는다. 이 셋중 아바이 마을은 힘들게 살았던 우리 부모님 세대 분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추억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나이 많은 남자를 뜻한다. 아바이 마을은 1.4 후퇴 때 국군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을 나온 뒤 휴전이 되어도 돌아갈 고향을 잃은 함경도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행정구역은 속초시 청호동 일대를 말한다.     

 

아바이 마을! 어머니보다 상대적으로 정겹지 못한 아버지 이름을 따서 마을 이름이 붙여진 게 신기했다. 남자들이 많아서라는 설이 있다. 피난을 할 때 인민군에 강제징병이 될 우려가 있는 남자들이 이를 피해서 왔고 여자들은 대부분 고향에 남은 이유로 보인다.     

원래 이 지역은 청초호 입구로 모래사주가 크게 발달한 지역이었는데 피난민들이 대거 정착을 하기 시작하며 마을이 형성되었다. 전쟁 중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은 잠시 기다리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이곳 모래사장에 모여서 설기 설기 판잣집을 짓고 산 것이다.


같은 고향 사람들끼리 신포, 정평, 홍원, 단천, 신창, 이원, 앵고치, 짜고치 마을 등의 집단촌을 이뤘다. 함경도 지방의 지명이다. 앵고치, 짜고치 마을은 이름이 정겹다.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갯배를 타면 도착하는 섬 같은 지역을 아바이 마을로 알고 있으나 수로 건너편 청호초등학교 일대까지가 피난민 집단 거주 지역인 아바이 마을이었다. 아바이 마을 중간을 관통하는 인공수로 건설로 두 곳으로 분리된 결과 때문이다. 청호초등학교 부근에도 벽화, 젓갈집 등 아바이 마을의 자취가 여러 군데 남아있다.      


마을이 형성되고 주민들은 생업을 위해 속초 중앙시장이나 시내 중심부로 다녀야 하나 청초호를 돌아 원거리(3~4km)로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어 마을과 시내(현 선착장)를 직주로 연결(100m)하는 사람이 줄로 끄는 갯배를 설치하여 운용하였다. 이 배는 아바이 마을 사람들의 생필품을 실어 나르고 일터로 다니는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아바이 마을 사람들은 갯배에 의존하며 황량한 모래사장에 힘든 삶을 이어왔다. '68년에는 해일 피해도 입었고 특히 동해 수산업의 중심이었던 속초가 수산업의 퇴조로 이분들은 더 어려웠다. 그러던 아바이 마을은 관광으로 되살아 났다.      

KBS 연속극 가을동화 은서네 집, 갯배의 추억, 오락 프로그램 12일 등으로 전 국민에게 알려지며 관광객이 많아졌다. 주말이면 갯배 두 대가 풀로 운영될 정도로 붐빈다. 가자미 식해, 아바이 순대로 대표되는 그들이 음식도 우리에게 특별한 추억을 가져다 준다. 대표적 맛집인 단천식당은 고향 이름을 딴 것이다.  

  

이제 아바이 마을은 추억의 장소로 뿐만 아니라 미래의 길로도 연결되었다. 마을 끝에 국제크루즈 터미널이 만들어져 일본, 러시아로 뱃길이 연결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며, 청초호 쪽으로 대규모로 수협 공판장과 활어회 센터가 만들어져 관광 수산 속초의 중흥을 선도하고 있다.  

   

고향 갈 생각에 모래사장 위에 임시거처를 마련하며 시작된 아바이 마을 역사도 시대상황에 따라 이렇게 변하고 있다. 어떤 예지자가 만드는 길이 아니고 우리들의 삶과 생각이 이렇게 변화시킨 것이다. 역사는 흐른다! 그러나 그 속을 관통하는 가치와 지향점은 존재해야 영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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