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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냇물 Feb 16. 2022

송촌 떡마을 순례기

속초살이를 한 지가 3개월이 넘었다. 처음에는 속초 부근 바닷가 절경, 호수 같은 hot place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나는 영랑호에 푹 빠졌고, 아내는 중앙시장을 제일로 꼽았다.    

  

그리곤 북으로 고성, 남으론 양양까지 조금씩 범위를 넓혀서 다니고 있다. 오랜만에 바다가 아닌 내륙 쪽인 양양 미천골 자연휴양림을 갔었으나 악천후로 입산을 포기하고 귀가 길에 재미있는 곳을 발견했다. 떡마을이란다.

      

마을 어귀에 조그만 떡 가게를 지나 천천히 마을 길로 들어섰다. 길은 좁고 정겨우나 날씨가 썰렁해선지 인적이 드물다. 그런데 마을이 정말 참하게 생겼다.


떡마을 같은 흔적은 안 보이고 밭두렁마다 두릅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기도 저기도... 혹시 두릅 마을로 잘못 온 것 아닌가?      

예쁜 민박집들을 서너 집 지나니 커다란 한옥 건물 두어 채가 어울려 시야에 들어온다. 옳거니 저기 뭐가 있겠구나?  체험을 하는 건물이었다. 반가웠는데 코로나 때문에 체험활동이 중단된 지가 오래되었고 판매용 떡만 만들고 있다 한다.   

   

내친김에 마을을 돌아보았다. 마을 뒷산의 화마의 흔적이 남아 안타까웠으나 마을 앞 개천은 자랑거리가 되고 남겠더라! 깊지 않지만 ()가 다섯개나 되고, 상류에 민가가 없는 탓에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하다. 마을을 천천히 한 바퀴 너무 편해서 고향 온 느낌이다.

   

떡을 살 곳은 마을 어귀에 있는 떡 가게뿐인 것 같아 발길을 돌렸다. 아주머니 한 분이 떡을 판다. 흥정을 하며 이적 저것 물어보았다. 코로나 전에는 떡 체험과 만들기로 일이 많아 바빴는데 요즘은 한가하다 한다.   

   

부녀회를 중심을 일을 하는데 지금은 연로한 분들을 제외하일곱명이 매일 떡 만들고, 판매하는 일을 함께 한다고 한다. 일종의 마을 두레 활동인 것 같다. 잘 유지가 으면 좋겠다. 떡이 튼실해서 여러 팩을 샀는데 공동소유라 일절 에누리가 없다 하니 그래도 좀 서운했다.       


함께 만드는 떡 종류는 인절미, 송편, 백설기, 호박고지, 바람떡 등 여러 가지였으나 그중에 단연 관심이 가는 품목은 쑥미지라고 부르는 떡이었다.

쑥절편 같은 데 처음 들은 이름이며, 벌통의 밀랍과 들기름을 함께 끓여서 반죽할 때 넣는다 한다. 찰밥을 해서 떡메로 친 흔적이 완연하다. 옛 생각이 나서 너무 반가웠다. 먹어보니 탱탱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좋았다. 


이곳에서 만드는 떡 중에 찹쌀의 비율(70%)이 제일 높은 떡이다. 마을에서 직접 농사지은 쌀을 사용하며, 기계떡이 아니고, 손으로 빚어낸 떡이라서 쫄깃하고 말랑말랑하다고 한다. 밀랍을 넣어 반죽하는 것도 비법 중 하나인가 보다.    


세시풍속행사 때 빈부나 남녀차별없이 함께 만들어 먹었던 떡! 우리 민족의 숨결이 담겨있는 소중한 음식이다,     

 

속초 중앙시장에도 수리취 떡을 잘하는 단골이 있는데 우리 집 경제 전권을 가진 아내가 한번 더 이곳을 가자고 한다. 뭔가 실속과 매력이 있는 곳인가 보다.


튼실한 송천떡과 봄의 향취 물씬한 두릅까지 함께 맛볼 기회가 생기는 게 얼마만이냐! 웬 떡이야! 두릅의 새순이 돋는 4월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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